앞서 이야기했듯이, 단순한 한두 가지 아이템을 넘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브랜드는 그만의 명확한 콘셉트가 있어야 하며, 그 색깔에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시즌이 바뀌고 유행이 변해도 브랜드의 뼈대만큼은 중심을 지켜야 합니다. 트렌드에 휩쓸려 정체성을 수시로 바꾸는 브랜드의 생명력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네이밍 또한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혹은 네이밍에 맞는 콘셉트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콘셉트와 네이밍이 정해지면 디자인을 정하게 되고 제작으로 넘어가게 되나, 이때도 최소한의 정보는 필요합니다. 막상 부딪쳐서 해결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비기너잖습니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막연히 옷을 만들어야겠다고만 생각한 채 이리저리 휘둘리다 2년 만에 실패를 맛보았던 것. 그것이 과거 제 모습이었습니다. 브랜드 론칭에는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여러분께 최소한의 질문들을 드려볼게요.
첫 번째, "자료 준비는 잘 되어 가십니까?"
어떤 옷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은 디자인과 생산에 착수하기 전, 반드시 명확히 정해져야 합니다. 브랜드의 콘셉트를 설정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핵심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준비하다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본 수많은 이미지의 잔상이 머릿속을 채우게 됩니다. 우리는 이 잔상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무드 보드를 먼저 만들기도 하지만, 저는 본인이 지향하는 스타일의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는 것이 시각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집한 자료를 카테고리별(아우터, 다이마루 이너, 직기 이너, 데님, 팬츠, 룩북, 무드 등)로 분류해 저장하고, 이를 다시 한 페이지에 30개 정도의 작은 이미지가 담기도록 출력하여 직접 스크랩해 보길 권합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정리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업로드를 병행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수집만 해서는 단순한 데이터만 쌓일 뿐이며, 정작 자료를 찾기 위해 스크롤하는 시간만 늘어날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성이란 그저 사물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일 뿐이다”
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방식처럼, 기존의 것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엮어내는 과정입니다. 자료의 수집, 분류, 그리고 업데이트를 루틴 화하십시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막연했던 나만의 Look 이 비로소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두 번째, "브랜드 네이밍은 정해졌나요?"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과정은 바로 ‘브랜드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입니다. 때로는 감각적인 네이밍 하나만으로 시장에 보다 쉽게 안착하고 성공한 브랜드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마땡*, 디스이즈***, 젠틀*** 같은 브랜드는 이름 그 자체로 브랜드의 무드와 지향점을 명확히 전달하며 독보적인 팬덤을 구축했습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짧은 순간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지금, ‘네이밍’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네이밍을 마쳤다면 반드시 ‘상표권 등록’을 병행해야 함을 잊지 마십시오. 정성을 다해 키워온 브랜드가 단지 상표권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허망하게 무너지고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모습을 현장에서 왕왕 목격하곤 합니다.
세 번째, "어디에서 판매할 것인가요?"
SNS의 비약적인 발달로 유통 시장의 지형도 또한 급속도로 변해왔습니다. SNS 마케팅이 편리해진 만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의 경계는 전 세계로 넓어졌습니다. 최근 국내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SNS의 영향 아닙니까.
여기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압도적인 트래픽과 브랜드 신뢰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대형 플랫폼에 입점하여 높은 수수료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SNS 마케팅을 활용해 자사몰에서부터 독자적인 팬덤을 구축할 것인가. 이 유통 채널의 선택은 브랜드의 성격뿐만 아니라 향후 가격 정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네 번째, “어떻게 만드실 건가요?”
직접 만드실 건가요? 어느 정도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면 스스로 핸들링하는 것도 괜찮습니다만, 반드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경험이 있다면 이미 아실 것입니다. 의류 제작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기에, 예상했던 기한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습니까.
경험이 없는 상태라면 누군가에게 제작을 맡겨야 하겠지요. 저희처럼 프로모션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나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네 번째 질문에 대한 이 답변이 이번 글의 핵심일 수도 있겠네요.
의뢰 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질문은 '최소 수량(MOQ, Minimum Order Quantity)', 보통 현장에서 '미니멈'이라 부르죠. 의류는 카테고리별 제작 방식에 차이가 있기에 공장마다 요구하는 미니멈 기준이 다릅니다. 국내 제작을 기준으로 한 카테고리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티셔츠, 후드, 조거 등의 다이마루 상품들은 일적적으로 2 컬러 1 사이즈 기준 컬러별 20매가 기본입니다.
단, 피그먼트 등 후가공 시 염색 통 수량 문제로 컬러당 50매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염색 통에 들어갈
최소한의 수량이 확보되어야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셔츠나 블라우스 등의 직기 제품의 경우 상담 시 먼저 일반 공장과 라인 공장 중 어디에서 작업하는지 확인
하는 게 좋습니다.
일반 공장(객공 시스템)은 봉제사 1인이 옷 한 벌을 온전히 완성하고 벌당 공임을 가져가는 구조로 소량 제작
이 가능하지만 공임이 비쌉니다.
라인 공장은 공정을 세분화하고 작업자들이 월급을 받는 급여제 구조로 제작 단가는 낮으나 공장 운영 효율을 위해 컬러당 50매 이상의 미니멈을 요구합니다.
하의 및 아우터는 스커트와 팬츠는 일반 직기 공장 기준 사이즈별 10매 내외가 미니멈이며 전문 라인 공장도 존재합니다. 아우터 역시 일반 공장 외에 코트, 블레이저, 패딩 등 각 품목을 다루는 전문 공장으로 나뉘므로 아이템 성격에 맞는 공장을 따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데님 및 니트는 전용 장비가 사용이 필수로 현장에선 특종이라 불립니다.
데님은 사이즈별 50장이 기본 미니멈으로 원활한 제작을 위해 컬러당 100장 정도를 맞춘다 생각하시는 게 좋
습니다. 니트는 보통 3 컬러 기준 총합 200장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처럼 특종 아이템이나 라인 공장의 미니멈 수량이 큰 이유는 공장의 운영 구조 때문으로 인건비, 임대료, 재봉사 등 각종 자재비와 최소한의 이익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일일 생산량 때문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작 의뢰의 일반적인 방식은 '수수료 방식'과 '완사입 방식' 두 가지가 보통입니다. 수수료 방식은 제작 비용의 10~20%를 대행료로 지불합니다. 원단비, 공임 등 세부 내역이 투명하게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제작 과정을 배워가야 하는 단계라면 이 방식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완사입 방식은 '한 벌당 얼마'라고 공급 단가를 책정합니다.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지만, 대행 측에서 장당 일정 금액의 이윤만 가져가는 기준을 정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제작 수량이 많을 때 단가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의뢰자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것 없이 알아서 만들어주는 완사입 방식이 간편할 수 있습니다. 혹여 완사입 방식의 비용에 거품이 있진 않을까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대로 된 업체라면 꾸준한 거래를 위해서라도 폭리를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제작 과정을 직접 배워가고 싶다면 세부 내용을 알기 쉬운 수수료 방식을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1인 혹은 소수에 의해 론칭이 이루어지는 초기에는 제품 외의 부분들, 즉 마케팅이나 판매, 유통 등 신경 쓸 부분이 워낙 많기에 그리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얘기한 자료 준비, 네이밍, 판매 방식, 제작 방법 외에도 원단 및 원단 시장부터 작업 지시서 작성 요령 등 또한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죠. 다음은 원단과 원단 시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