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대문 종합시장

by designwalkers

동대문 종합시장. 저와 같이 옷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매일 드나드는 곳이죠. 물론 처음부터 편안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작은 매장들이 수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미로 같은 구조에, 일률적이지 않은 매장 호수까지. 25년 전 처음 마주한 '종합'(디자이너들은 보통 ‘종합’이라 줄여 부르곤 합니다)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A~D까지 4개의 동으로 나뉘어 있고 신관이 별도로 있으며, 지하 1층은 니트 원사, 뜨개질 재료, 부자재 및 커튼·홈데코 매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층 역시 부자재 매장과 이불, 한복 등의 혼수품 매장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층부터 4층까지 본격적인 원단 매장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현재 4층은 원단 매장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5층은 액세서리 재료 및 완제품 매장들이 들어서 있습니다만, 디자이너에게는 딱히 갈 일이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D동 2층과 C동 중앙 통로 주변에 모여 있는 다이마루(편물) 원단류를 제외하고, 면이나 린넨 등의 천연섬유, 폴리나 나일론 같은 화섬직(화학 섬유 직물), 모직이나 실크 같은 고가 소재 등의 직기(우븐) 원단들은 2층부터 4층까지 흩어져 있습니다.


프렌들리 하지 않은 낯선 사람들, 불친절한 매장 구조. 그리 외향적이지 않은 제게 그곳은 정말 불편한 장소였습니다. 지금 마주하면 별거 아닌 매장분들의 질문에도, 그 시절엔 뭐가 그리 긴장되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았는지. 초보 티가 나면 안 될 것 같다는 경계심과 불안감을 왜 그리 가졌었나 싶습니다.


원단 시장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경험해보셨겠지만, 디자이너처럼 보이지 않는 손님에게 스와치를 주는 걸 꺼리는 분위기는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들 입장에서는 옷을 만들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들여 만든 스와치를 선뜻 내주고 싶겠습니까? 심지어 핸드메이드용 울 스와치나 니트 원사 컬러북 같은 경우에는 3~5만 원을 지불하고 구매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종 "학생에게 스와치 안 줌" 혹은 "소매 안 함"이라고 직관적인 메모를 붙여 놓은 곳도 있습니다. '학생이 과제 때문에 원단을 구매해 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라고 생각하면 상인들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아직도 "어디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럴 땐 그냥 "브랜드예요"라고 답하면 됩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소형 브랜드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무슨 브랜드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보통 두세 번씩 캐물으며 피곤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필요한 스와치가 있다면 그냥 당당하게 "이거 스와치 하나 주세요" 하면 됩니다. 물론 신중한 스와치 선택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도 잊지 말아야겠죠.


신중히 선택한 원단인 만큼 주문 과정도 세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원단 시장을 돌다 보면 샘플감을 주문하며 "지금 바로 가져갈 수 있나요?" 혹은 "오늘 바로 출고되나요?"라고 묻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매장에서 재고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원단은 별도의 창고에서 매장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오전에 주문해야 당일 오후에라도 원단을 받아보기가 수월합니다. 만약 창고가 서울 외곽에 위치한 경우라면 다음 날에나 도착하게 되니, 샘플 투입 스케줄을 잡을 때 배송 일정(딜리버리)을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원단은 일단 출고되어 재단이 시작된 후에는 그 어떤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저 역시 여러 해 옷을 만들고 있지만, 동일한 원단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탕 차이(컬러 차이)'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염색이 진행되는 양, 회차, 시기 등에 따라 미세한 컬러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원단 발주 시 '기존에 사용했던 탕과 차이는 없는지'를 매장에 꼭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탕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안내가 있다면, 반드시 확인을 위한 현물(현재 있는 물건) 원단을 요청해 대조해 본 후 발주 및 출고가 진행되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간혹 기존 원단보다 폭이 줄어들거나 늘어난 상태로 입고되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재단 전 원단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단 폭이 변하면 기존에 잡아둔 요척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변동 사항 때문에 상품의 '핏(Fit)'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다이마루의 경우, 폭이 늘어나 입고되었다면 아이롱(다림질) 후 원단이 수축하며 옷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폭이 줄어든 상태라면 아이롱 후 수축이 없어 옷이 커질 확률이 높습니다. 이외에도 원단 폭이 변한 만큼 원단의 밀도가 달라져 두께가 얇아지거나 두꺼워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장 측에 재단 전 원단 상태를 매번 확인해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원단 시장 이야기만으로도 챙겨야 할 것들이 참 많죠?

그래서 좋은 디자이너의 요건 중 '꼼꼼함'을 첫 번째로 꼽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략적인 동대문 종합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다음 화에서는 본격적인 원단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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