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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프랑스시골소녀 Jun 28. 2021

그가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방법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집에 식기도구로 들어오면 본업보다  많은 일을   있게 된다. 분명 식탁이었는데, 어느새 도마가 되었다가, 책상이 되었다가. 식탁은 자신의 본업이 식탁임을 알까 싶기도 하다. 도마 없이 칼질로 난도된 식탁을 보고 있으면 본업보다 훨씬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식탁이 안타깝기도 하고,  많은 경험을   있으니 좋은걸 수도 있겠다는 쓸데없는 식탁 걱정을 하다 보니,  또한 이곳에  나의 목적은 치즈를 만들러 왔지만 24시간  고작 20 치즈 만드는 프랑스 삶이지만 여유를 충분히 느끼며  본업이 무엇인지 까먹게 되는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요즘 거의 비슷한 음식으로 매일의 세끼를 반복한다. 아침에 요거트나 바게트, 점심에 간단히 요리한 파스타, 저녁에 채소로 만든 아저씨표 요리 등. 하지만 오늘 특별하게 피자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이 시골 마을에는 피자집 하나 없으며, 프랑스 시골에서 배달이란 허무맹랑한 소리이다.  이렇게 피자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피자 도우를 만들어 깔고 모차렐라 치즈도 만들기 시작했다. 모차렐라 치즈가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연신 신기해하며 잘 배워뒀다 나중에 집에서 치즈를 만들어 먹겠다고 다짐을 해봤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왜 치즈를 사 먹어야 하는 건지, 왜 특히 모차렐라가 더 비싼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에 치즈를 삶았다가 손으로 직접 뜨거운 치즈를 들고 물기를 짜서 찬물에 담갔다가 다시 뜨거운 물에 삶았다가 물기를 짜서 찬물에 담갔다가, 이 작업을 한 10번 정도 반복해야 한다. 맨손으로 뜨거운 물과 찬 물의 담그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 보니 레이첼과 나의 손은 아주 빨개져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모차렐라. 고통을 참아내어 만든 수제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피자. 갖가지 재료까지 얹고 토마토소스까지 발라주니 꽤 그럴듯하다.

 


이제 굽기만 하면 피자가 완성되는데, 가스 점화기가 고장이다. 그러자 역시나 크리스티앙 아저씨의 ‘프랑스산’ 불만이 시작되었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했지만,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스위스 사람이다. 스위스는 세금이 너무 많기도 하고, 연금으로 산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은 등 뭐 이런저런 이유로 남부 프랑스 시골 마을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였다. 그는 현재의 프랑스 삶을 행복해하면서도 가끔 프랑스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시는데, 특히 ‘프랑스산’ 물건들에 대해 아주 불만이 많으시다. (스위스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듯)



“이런 제길, 또 고장이야? 스위스 산은 이런 거 10년 써도 끄떡없는데, 도대체 프랑스산은 3개월마다 고장이야! 이게 문제라니까 프랑스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역시 그는 뼛속까지 스위스 사람이구나 싶다. 점심 먹고 치우고 저녁을 준비하고 다시 저녁을 먹고 나니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갑자기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소파에 누워있던 치와와 폭시와 눈이 마주치더니 외친다.



“오! 폭시. 폭시 레이디! 뿌앙~ 뿌아아앙”

 

그러더니 기타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흉내 내며 지미 핸드릭의 ‘폭시 레이디’를 크게 부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의 흥은 어느 순간에 튀어나오는지 당최 알 수 없지만,  그의 흥이 그리고 그의 웃음소리를 신기해하며 그의 퍼포먼스를 보다가 음악에 대한 흥은 저녁 시간 내내 계속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음악 얘기. 서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옛 명곡들을 얘기하다 결국 아저씨는 노트북을 가져와 함께 아저씨가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는 옛 라이브 영상들을 틀기 시작했다.  



Eric Clapton , Jimi Hendrix, Bob Dylan, Paul Simon. …. 등 그들의 전성기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식탁에 똑같이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영상을 함께 보고 얘기하다 보니 순시 간에 몇 시간이 흘렀다. 레이첼은 생각보다 옛 노래를 정말 많이 알고 있는데, 알고 보니 그녀의 엄마는 젊은 시절 록커였다고 했다.  어린 시절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옛 노래를 많이 듣게 되었고 결국 옛 노래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레이첼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옛 노래를 좋아하는데, 특히 밥 딜런 영상이 나올 때 우리는 함께 따라 부르며 여느 콘서트 장을 방불케 했다. 밥 딜런의 60년대 라이브 영상을 보다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때 나는 11살이었어”

아저씨를 쳐다봤다. 한쪽을 턱에 괴고 영상을 바라며 촉촉해진 그의 눈가와 어느새 추억에 빠진듯한 그의 묘한 표정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어느새 촉촉해졌다. 그러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친구가 돼주었던 이 영상들만 있으면, 난 이 산골에서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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