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프랑스시골소녀 Apr 18. 2021

돈에 욕심을 가지면 우리는 즐겁게 일할 수 없어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365일 풀메이크업을 하던 내가 선크림만 겨우 바른 채로 돌아다녀도 당당하다.

신경 쓰지 않은 내 얼굴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프랑스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인하여 
그 어느 때보다 내 얼굴에 자신감이 상승하는,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어제 사온 껑껑(오이 같은 식물)을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크리스티앙 아저씨와 레이첼과 함께 작은 정원을 채워나가니 작은 정원이 풍성해질수록 

그의 표정에 살그머니 만족감이 느껴지는 오전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시작해도 이내 곧 남프랑스의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맑은 흙에서 비롯된 땀이라 그런지 기분이 상쾌하기까지 하다.

1~2시간 바짝 일하고, 남프랑스 햇볕에 녹아내릴 때쯤 

각자 자기만의 작은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늘 부러운 그만의 안식처가 있다. 

상상해보아라. 

남프랑스의 햇빛, 그 앞에는 웅장한 산세에 둘러싸여 있고, 손을 넣으면 머리끝까지 시원해지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만든 작은 물 항아리에는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너무나 사랑하는 프랑스 맥주가 가득 들어있다. 

그만의 술장고이다.

지하수에 담긴 그만의 술장고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이곳에서 말아 피는 향 짙은 담배와 술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맥주.

그가 뭘 더 바라겠는가. 쉼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나로서는 연못이라고 말하고 싶은 수영장이 있다.  

분명 그곳에는 한 12마리 정도(추정)의 대왕 잉어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수영장과 연못의 그 어딘가의 경계선에 있는 곳. 

수영장일 거라고 상상도 못 했던 곳에서 수잔 아줌마의 우아한 수영을 보며 나는 묻는다. 


“수잔, 잉어들이 물지 않나요?”


“아니 전혀, 그냥 뽀뽀하고 지나갈 뿐이야, 크지만 예쁘지 않니? 예전에는 가장 예쁜 황금 잉어가 있었는데, 

큰 새가 날아와 물어갔어! 그때 얼마나 슬펐는지..”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일상처럼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오늘 점심은 1인 1 생선이다.
오랜만의 생선을 먹을 생각에 침이 고인다.
생선과 함께 우리 밭에서 (어느새 크리스티앙 아저씨 밭이 아닌 "우리"밭이라고 말하고 있는 걸 보니 정이들었나보다) 자란 감자와 이탈리식 소스를 끼얹은 샐러드도 함께 곁들였다. 

생각보다는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다. 


배속에 단백질을 가득 채우고 산책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산속이라 그런지 어둠이 더 빨리 찾아오는 거 같다.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몽펠리에에서 열릴 페스티벌 카니발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리허설을 위해 작은북을 챙긴다. 그러고는 우리가 만들어둔 치즈 20개와 달걀 6개짜리 3포켓을 챙겨달라고 했다.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라고 했다. 내가 만든 치즈는 얼마에 팔릴까? 


치즈 1개 1유로, 달걀 6개에 2유로짜리 3판.
다 팔아봤자, 

총 26유로(약 3만 5천 원)


이 정도로 우리 셋이 먹을 식량을 살 수 있을까?  걱정된 표정을 지으니 

아저씨가 말했다. 


“나는 돈을 벌려고 이것을 파는 것이 아니야. 돈에 욕심을 가지면 우리는 즐겁게 일할수 없어.

돈을 벌려면 하루 종일 일 만해야 하는 농부가 되어야 할 거야.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난 이렇게 사는 게 즐거워"


곧이어 치와와 폭시를 들고 그의 얼굴에 문지르며 사랑을 표현한다. 

2일 동안 치와와 조아유에게만 사랑을 표현한 거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러고는 작은북을 매고 우리가 만든 치즈를 들고 설레이는 발걸음으로 문을 나선다.  
 

조아유와 폭시





작가의 이전글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