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기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피곤한 나와 싸우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남들 눈과 머릿속만 의식하며 살아온 지 수십 년째
‘타인이 보는 나’를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며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에 온 힘을 다하며 살았다. 사람들이 나에 속속들이 알고 나면 ‘쟤 알고 보니 별로네. 실망이야’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날 것이라는 불안함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씩씩한 척, 멋있는 척했지만 사실 내 안의 나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온 신경을 다 쓰느라 세포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생이 되고 첫 연애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말도 안 되는 연애 이야기는 시작된다.
초라한 우리 집이 들킬까, 백수 아빠를 들킬까, 내 부모의 이혼을 들킬까, 못난 내 모습을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살았던 빈 껍데기 같은 지난날들
구질구질한 몇 가지만 덮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그렇게 완벽한 삶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더 멋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며 나를 변화시키는데 몰두했다. 도장 깨듯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상황을 하나씩 제거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달라져 있다.
어렸을 때는 꿈도 못 꾸던 아파트에 살고, 공부 못하던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가난해서 꿈도 꾸지 못했던 나는 수많은 나라를 다녔다. 심지어 더 예뻐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안이 꽤 깊게 박혀있던 터라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나를 못살게 굴고 있었다. 특히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버벅대면서 하나둘씩 문제들이 불거졌다. 편안하지 못한 타인과의 관계, 지나치게 많은 생각, 잘해야 한다는 압박 등으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행복할 수 없었다.
자존감이 지하에 땅굴을 파서 맨틀을 지나 핵에 닿기 직전,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자 멈추기로 작정했다.
나의 이야기를 일기장에만 남겨두지 않고 세상으로 꺼내기로 한 이유는 어느 글쓰기 모임에서였다. 나를 드러내며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 내고 나서 느꼈던 개운한 해방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하고 반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객관적인 나를 조금은 찾을 수 있는 순간을 경험했다. 생각보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깊이 있게 배려할 줄 아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고 항상 성장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람이었다.
가난이라는 공포스러운 단어를 함구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조각조각을 꺼내본다. 때로는 킥킥 웃으며 때로는 이불을 적실만큼 눈물을 흘려가며 서툴지만 솔직한 나의 문장들을 세상으로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