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중요한것 다섯가지
저는 요즘은 결혼준비에 한창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한옥숙소 죽림주간에서 작은결혼식을 준비하는데, 일반결혼식과 다르게 모든것을 다 준비해야해서 엄청 바쁘지만, 그래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있습니다. 앞으로 아내가 될 사람과 평소에 마주앉아 이런저런 결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 몇가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매우) 크겠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부분을 적어볼께요.
무슨일을 하며 살아갈것인가. 일 없이 산다는것은 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가령 50억이 있다면 평생 놀면서 살수있겠다는 농담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성장하지않고 보람을 수확할 수 없는 그런 삶은 저는 견뎌내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은 하자니 하기싫고 안하자니 뭔가 허전함이 듭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50억이 없기때문에 일은 해야하는것이고, 이왕 해야한다면 성취감을 느낄수있고 내 몸이 견딜수있고, 생계에 보탬이 되는 그런일을 해야합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수만가지 일이 있고, 내가 어떤일을 해야하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방황은 필수입니다. 10대만 직업을 고민하는것이 아니라 20대, 30대, 60대도 할일을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자기에게 맞는 그럴듯한 일을 찾았다면 매우 축하할 일입니다. 일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매우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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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야기하는 일, 돈, 자유, 공간 모두 혼자 노력하면 어떻게든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라면 '사랑'은 유일하게 그렇지않습니다. 내 의지로만 되지않는것, 그것이 평생의 짝을 만나는 일입니다. 저 역시 매우 늦은나이에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100% 운이었습니다.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나기전까지 저도 가끔 불평불만을 늘어놨습니다. 내가 뭐가 유난히 부족해서 이렇게 노총각이 됐을까? 이것(결점들)때문에 사랑이 안나타나는 것일까? 내가 저랬으면 여자들이 좋아해주지 않았을까?
저도 알수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하더라도 심하게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로 그것은 내 의지로만 되는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처럼 거의 포기하고 있을때쯤 기가막힌 우연이 생겨서 사랑이 이뤄질수도 있습니다. 그럴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자기관리를 잘해놓고 있어야합니다. 만약 엉망진창인채로 살아가고있다면 그런 귀중한 순간을 만나도 놓쳐버릴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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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돈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50억이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기회가 많고 다양하다는 의미입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미네랄이 자원인데, 미네랄이 한정된 유한맵이 있고, 미네랄이 무한정나오는 무한맵이 있습니다. 처음엔 무한맵이 무조건 좋은것아닌가 생각했지만, 오히려 미네랄이 제한된 환경이 다른 전략을 짤수있어서 더 스릴있고 재미있습니다. 돈이 무진장 많다면 (그것대로 나름 좋겠지만) 인생의 전략을 엄청 잘 세울필요가 없습니다. 대충대충 살아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돈이 아슬아슬하다면 전략을 아주 잘 세워야합니다. 마치 유한맵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듯 살아간다면, 부족한 돈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않을 수 있습니다.
돈에 관해서 가장 크게 경계해야할 적은 '타인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돈은 언제나 상대적이라서 같은 액수의 돈이지만 때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합니다. 특히 연봉이 그렇습니다. 3천을 받을때는 4,5천을 받으면 행복할것 같았지만 다시 상황은 반복됩니다. 적당히 많은 돈을 버는것, 매우 좋지만 길게 일하기위해서는 남과 비교하고 스트레스받는 환경으로부터 물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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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건강은 두말할것 없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건강은 자유를 불러오니까요. Health brings freedom.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다소 어색하지만 제가 건강을 지키고 추구하는 결정적인 말입니다.
자유는 화려한 싱글이나, 파이어족 또는 딩크족에게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있어도 부모를 모시고있어도 내 자유의지를 가지고 함께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자유도 전 충분히 자유로운 상태, 좋은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돈을 엄청 많이벌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반려자를 만났다하더라도 매일 10시까지 야근을 해야하고 주말엔 평일의 피곤이 쌓여 집에 누워있을수밖에 없다면 좋은 인생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내가 원하는것을 할수있는 의지과 그것을 실천할수있는 시간, 이 두가지가 있어야 자유가 있는 상태라고 할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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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일터와 집, 그리고 그 두 곳을 오가는 출퇴근길입니다. 어떤 회사로 갈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하더라도 그 회사가 어떤 공간인지, 내 책상의 환경은 어떠한지 알기어렵고 주어진대로 받아들여야 하기때문에 사람들은 일터대신 집의 환경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을 고를때 매우 신중하게 됩니다.
공간의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것은 예전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집 주변, 내가 자는곳, 내가 쉬는곳, 내가 일하는곳, 커피를 마시는곳, 자전거를 타는곳, 담배를 피는곳, 술을 마시는곳, 밥을 먹는곳, 씻는곳, 노는곳의 환경이 저와 상호작용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공간을 만들듯이 그 공간은 저를 그런 분위기로 만들어주는 느낌. 모든 공간을 다 만들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공간이 비싸고 화려할 필요는 없지만 왠지 기분좋은 느낌이 드는 곳이면 더할나위 없겠죠.
예를들어 저는 담배를 필때 빌딩 1층 주차장같은 곳은 왠만하면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동차 틈에 끼거나 건물벽, 쓰레기통 주변에서 피고싶지 않으니까요. 되도록 가슴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곳에서 피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탈때도 자동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야하는 길은 가지않고 라이딩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수있는 그런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