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겨울을, 여름에는 여름을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
축복인지 저주인지 문득 실없는 생각이 든다.
계절별로 옷을 준비해야 해서 옷값이 많이 든다라던가,
계절별로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던가.
지루한 계절이 반복되면 시간도 지루하게 흘러가겠지만
4개의 변화무쌍한 계절을 마주하다 보니 1년이 금세 지나가버린다.
좋았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힘든 순간은 찰나라도 영원 같기에
기나긴 겨울 추위 속에서 하염없이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고
기나긴 여름 무더위 속에서 또 하염없이 선선한 가을을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여름과 겨울은 하릴없이 지나가는 느낌이고
애타게 기다리던 봄과 가을은 속절없이 지나가는 느낌이고
그리고는 1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기다림은 결코 미래를 앞당길 수 없고 오히려 현재의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현재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결국 현재에 대한 충실도를 무너뜨리고
먼 훗날 미래에 현재를 되돌아봤을 때, 그저 속절없이 지나간 과거로 만들어버린다.
계절이든, 희망이든, 꿈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좋은 것을 꿈꾸며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를 벗어나서 이룰 수 있는 희망이란 가성비 없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이 있기에 봄을 기다리게 되듯이
여름에는 또 겨울을 기다리듯이
봄도 겨울이 있기에 희망이 될 수 있고,
겨울도 또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당장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보다
보다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 오늘을 되돌아볼 때
새하얀 공백이 아니라
무언가로 채워져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