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혼돌멩이 Oct 21. 2023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가을 어느 날 캠핑


바람이 세차게 분다.


내가 자연을 찾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그저 운에 맡기고 순응할 뿐


그래서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 오면 사람은 겸손해지고

의미 없이 쏟아내던 불평불만들을 잠시 내려놓게 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럴 때는

평소 온갖 미사여구로 점보기에 그럴싸한 글보다

앞뒤 없이 순간순떠오르는 글들을  적어 내려가고 싶다.



바람 하늘에 파도를 일으키듯 거친 파도소리를 낸다.


두려움 속에서 그저 초라해져 가는 '나'라는 작은 존재에게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소리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온기 속에 몸이 사르르 녹듯, 마음도 어느새 녹아내려

너나 할 것 없이 평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안도감을 느낀 것도 잠시,

조금씩 줄어드는 장작을 보며

나는 이내 다시금 불이 꺼질 것이란 사실에 두려워진다.


저 불이 꺼지면 또다시 긴긴 어둠과 추위가 찾아오겠지

어떻게 밤을 지새울지..

아무런 준비 없이 길을 나선 내가 원망스러워진다.

아니, 준비를 아무리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날씨가 원망스러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 속에서

세찬 바람과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야

사람의 온기이토록 따뜻 것이었다는 걸 겨우 깨닫는다.


평상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체온

온정, 온기가 텐트 안에 가득 퍼져

바깥과는 마치 다른 세상인양

유일하게 마음 편히 등을 기대고 누울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자연이 주는 빛과 어둠 속에서

부모의 사랑 말고는 무엇하나 거저 얻을 수없는 이 세상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내 주위 많은 사람들의 온기 때문이란 걸 이제야 겨우 깨닫는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이렇게 어려움을 마주하고서야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너의 온기가 이렇게나 따뜻했구나...



두려움에 떨면서도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며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간다.


오늘도 무사히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에는 봄을, 여름에는 가을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