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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혼돌멩이
Oct 21. 2023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가을 어느 날 캠핑
바람이 세차게 분다.
내가 자연을 찾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그저 운에 맡기고 순응할 뿐
그래서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 오면 사람은 겸손해지고
의미 없이 쏟아내던 불평불만들을 잠시 내려놓게
되
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럴 때는
평소
온갖 미사여구로 점
철
된
보기에
그럴싸한
글
보다
앞뒤 없이
순간순
간
떠오르는 글들을
적어 내려가고 싶다.
바람
은
하늘에 파도를 일으키듯 거친 파도소리를 낸다.
두려움 속에서 그저 초라해져 가는 '나'라는 작은 존재에게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소리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온기 속에 몸이 사르르 녹듯, 마음도 어느새 녹아내려
너나 할 것 없이 평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안도감을 느낀 것도 잠시,
조금씩
줄어드는 장작을 보며
나는 이내 다시금
불이 꺼질 것이란 사실에 두려워진다.
저 불이 꺼지면 또다시 긴긴 어둠과 추위가 찾아오겠지
어떻게 밤을 지새울지..
아무런 준비 없이 길을 나선 내가 원망스러워진다.
아니, 준비를 아무리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날씨가 원망스러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 속에서
세찬 바람과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야
사람의 온기
가
이토록
따뜻
한
것이었다는 걸 겨우 깨닫는다.
평상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체온
온정, 온기가 텐트 안에 가득 퍼져
바깥과는 마치 다른 세상인양
유일하게 마음 편히 등을 기대고 누울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자연이 주는 빛과 어둠 속에서
부모의 사랑 말고는 무엇하나 거저 얻을 수없는 이 세상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내 주위 많은 사람들의 온기 때문이란 걸 이제야 겨우 깨닫는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이렇게 어려움을 마주하고서야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너의 온기가 이렇게나 따뜻했구나...
두려움에 떨면서도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며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간다.
오늘도 무사히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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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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