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
얼마나 지났을까
언제부터,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이 편하고 좋았다.
이따금씩 지저귀는 새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낯선 이방인에게는 이정표가 되어주며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
새는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이방인은 정처 없이 떠돌다 길을 잃을 때 나를 찾아왔지만
나는 그들이 언제 찾아올지 알 수가 없기에 하염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한편 미안하면서도
그들의 자유로움이 부럽고 샘이나
우리의 이런 다름이 마음 한구석 불편해지기도 했다.
물론 가만히 한자리에 계속 있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그러길 바라지 않았고
나 역시 바라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저 애초에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지만 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노력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나를 압박하고는 한다.
변화가 두려운 만큼, 한자리에 있는 것 역시 두렵다.
이대로 있는 것이 괜찮을지
모두 나를 잊고 멀리 떠나가지 않을지
그러면서도 나는 나이고 싶다.
정체된 것이 아니라 나는 그저 나를 지키고 싶다.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로서 머무르고 싶다.
그것이 누군가에는 바보같이 느껴질지라도
또 누군가는 내가 항상 그런 존재로 있어주길 바랄 테니까.
나는 그렇게 휘둘림 없이 그저 한 점의 자연 속의 바위처럼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