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적 취향은 동성입니다
이 세상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지는 관계가 있다면, 가족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는 생리적인 불편함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떼를 썼다. 부모님은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의 불편한 이유를 찾아내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과 나눌 수 있는 얘기가 있고 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얘기가 있다는 것을.
예를 들면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동성이 말을 걸면 수줍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물론 호감 가는 동성에게만 그렇다.) 성격 좋고 스타일도 괜찮은 상대를 만나면 미래를 꿈꾸게 된다. 이대로 사랑하다 보면 결혼까지 기대하고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말이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때면, 늘 진지하게 평생 동반자를 찾는다. 첫눈에 반했으니 평생 내 눈에 들 수 있는 상대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언젠가 부모님 앞에서 당당하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며 커밍아웃할 날이 올 테니까.
다만, 그런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오래 사귄 전 남자 친구도 내게는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상대가 아니었다. 530일을 사귀고 결국 헤어졌지만, 이 전 남자 친구와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우린 어떻게 만났고 어떤 시간을 보냈으며 왜 네 번이나 헤어졌는지.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될 줄도 모르는 부모님이 동성애자인 자식을 받아주고 꼬옥 안아 줄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