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가 블랙핑크가 되려고 하는 거야?
시장과 소비자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패션 브랜드에게는 지속 가능한 아이덴티티 전략이 요구됩니다. 구찌는 미켈레를 새로운 디렉터로 기용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수정하였고 그 변화는 구찌를 '힙'스러운 브랜드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구찌의 디자인 전략은 유연성과 확장성입니다. 유연성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기본형에서 파생된 다양한 형태의 비주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아야 할 부분은 유지하면서 변해야 할 부분에는 시대적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입니다. 확장성은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다양한 각도로 활용하고, 다른 문화 영역과의 융합에 열려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통만을 내세우지 않고 통일성 속의 다양성, 유연성, 확장성에 중심을 두면서 진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겠죠.
다시 말해 과거의 획일적인 일관성 대신 유연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브랜드의 확고한 정체성인 핵심 아이덴티티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정서와 상황을 고려한 확장적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유연성은 이제 브랜드 존립에 핵심적인 것이죠. 이것은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택과 조합의 과정이라 생각이 듭니다. 뛰어난 크리에티브 디렉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혁신을 만드는 창조성은 물론,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케이팝은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 구찌의 그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우선 전 세계 어느 국가의 음악보다 기본형에서 파생된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보여줍니다. 한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조합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세계적 유행 장르 채택 등에서 그 유연성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필두로 케이팝은 그들의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IT 기술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장성도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유행'의 문제입니다. 요즘 걸그룹들을 보면 전부 블랙핑크가 되고 싶은 것인지 디스토션이 강한 사운드 위에 말도 안 되는 랩을 하며 소위 '걸크러쉬'라는 것을 많이 합니다. 물론 해외 팬들의 영향과 성공 사례를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블랙핑크가 있는데 굳이 대체재를 찾을 이유는 더욱 없어 보입니다.
되돌아보면 많은 컨셉적, 유행적 성공 사례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유행만을 좇지 않고 과거의 성공 사례와 현시대의 시대적 흐름의 선택과 조합을 잘하면 더욱 다양하고 멋진 아티스트가 나오지 않을까요. 구찌가 그랬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