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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May 17. 2023

원하는 속도로 가시오

갭이어가 끝난다는 걸, 끝내도 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제는 일을 해도 된다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 찾아올까. 9개월에 걸쳐 이어진 갭이어의 시간 동안 나는 이 질문의 답이 가장 궁금했다. '끝'이 언제일까, 어떻게 끝이 날까. 이다음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 일은 어떻게 찾아올까. 갭이어를 끝내는 큰 결정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퉁이를 돌면 '갭이어 끝나기 55일 전' 같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을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그 끝을 어떻게 알까. 어떻게 확신할까.


그리고 출근을 2주 앞둔 지금, 그런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출근 결정하기 8일 전', '속도를 줄이시오' 또는 '속도를 올리시오' 같은 안내문은 어디에도 없다. 필요한 결정은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희망하는 건 연속극의 시청자가 되기를 자청하는 일이다. 나는 너무 오랜 시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지, 일어나기를 바라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애쓰느라 삶의 한 순간도 허비하지 말라.


신호등은 내내 초록불, 내가 할 일은 원하는 속도로 걷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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