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총 63권을 읽었다. 작년에는 60권을 읽었다고 쓰여있던데, 평균 독서량이 얼추 파악된다. 올해 독서는 자기계발서가 줄고, 동화책과 소설 분야가 많아졌다. 특히 옛날 장르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밀리의 서재와 동네 도서관 덕을 톡톡히 누렸다.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 차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C. 클라크 : 선호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읽었다가, 단박에 올해의 졸잼 리스트를 채웠다. 그래서 대체 라마가 뭔가요! 상태로 이렇게 길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끌고 가다니, 고전은 대단하다.
<구덩이>, 다니카와 슌타로 : 세 명이 동시에 읽었는데 '구덩이'에 대한 해석이 셋 다 달라서 신기했다. 선물하고 싶은 친구가 여럿 떠올랐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 올해는 자기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았는데, 한 권을 꼽자면 이 책이다. 뒤로 갈수록 더 좋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 (급발진 주의) 누가 '하루키 신작 섹스 안 함' 이라길래 믿고 읽었는데, 이 부분 나오자마자 "야, 또 섹스 못하는 여자 나오는 건 왜 말 안 해줬냐!" 소리 지를 뻔했다. 여자가 할 말이 있다길래, 아 설마 진짜 설마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생각했는데, 섹스 못하는 여자가 무슨 전통문화도 아니고 노르웨이의 숲부터 사골을 우리다 못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무슨 일인지... 여자는 왜 또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건지... 이 부분만으로 하루키와 그의 소설을 읽으며 성장해 온 내 시간 전체를 비약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그의 소설은 그만 읽어도 될 거 같다...
올해의 영화: 번호가 67번에서 끝나있다. 올해의 빈 시간은 읽거나 보거나 걷는 행위로 채워졌다. 본 영화를 다시 보고, 새 영화는 드문드문 봤다.
- 생각나는 영화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굿윌헌팅, 놉, 트루먼쇼, 슈퍼마리오브라더스, 괴물
- 과몰입 콘텐츠는, 스트릿우먼파이트2, 나는 솔로 10기 모솔특집, 라이트 하우스, 하우스 오브 카드
올해의 잘한 일
- 약수로 이사를 했다. 산책로가 끝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동서남북으로 미친 사람처럼 걸어 다녔다. 도서관과 신당 시장이 가까워서 먹고 읽는 삶을 만끽했다.
-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을 보았다. 한 인간이 공간에 불어넣는 힘이 징그럽고 아름다웠다. 공연 후기를 써서 올렸더니 자람님이 팔로를 하셨다. 글을 쓰는 것으로 사람과 연결되는 게 신기했다.
- 4년 만의 후쿠오카 여행, 배가 찢어지게 먹고 친구랑 원없이 떠들었다. 소녀가 된 친구 딸의 성장이 놀라웠다. 잠이 덜 깬 둘을 억지로 일으켜 아침에 달린 30분이 4박 5일의 일정 중 가장 행복했다. 익숙하고 편해서 필요한 것만 쏙쏙 빼먹는 여행이었다.
올해의 못한 일
- 친구들을 많이 못 만났다. 갭이어를 거치면서 에너지의 방향이 바뀐 게 느껴진다. 이런 게 I의 삶인 걸까…?
- 북클럽도 하고 싶었는데, 몇 번 기획안을 써두고도 어쩐지 실행이 잘 되지 않았다. 이런 게 I의 삶이어서…?
- 운동을 뜨문뜨문했다. 작년에 10km를 뛰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폐활량과 요가 수업 시간에 절망을 맛보는 뻣뻣한 몸이 되었다. 근육은 월구독제임을 잊지 말자.
올해의 잘 쓴 앱
- 말해보카: 회사 동료들과 4인팟으로 구독했고, 아주 잘 쓰고 있다. 영어 단어 상기력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
- 스레드: 스레드 이렇게 잘 쓸 줄 몰랐는데, 틈틈이 조각일기 남겨두는 게 올해의 소소한 재미였다.
- 밀리의 서재: 독서생활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 넣어주신 덕분에 평생의 숙원이었던 추리소설 데뷔를 해냈다.
올해 처음 해본 일
- 소설을 써봤다. 재밌었다.
- 우리 엄마, 선호 엄마를 데리고 여행을 갔다. 엄마들이 병아리처럼 뒤를 졸졸 따라와서 귀여웠다.
올해의 귀여웠던 일
- 생일 때, 뭅에서 만난 민수, 현정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한 해를 돌아보니 뭅의 캡처가 여럿 남아있었다. 귀여운 뭅 또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 둘째 조카가 태어났고, 토깽이 그 자체여서 매우 귀엽다. 첫째 조카는 자기랑 놀아만 주면 설령 그게 어색한 고모부여도 선뜻 친구를 삼아서 재밌다.
- 올해의 달리기는 대부분 선호와 함께 뛰었는데, 금호터널을 지날 때마다 앞에서 달리던 선호가 터널 끝에서 몸을 쭉 빼고 환호성으로 응원하며 하이파이브 모먼트를 만들어 주었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지나갈 때마다 쑥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 주된 바깥 생활을 담당해준 세션즈, 올해도 내내 귀엽고 큰 힘이 되었다.
올해의 카페
- 해방촌 포뮬라, 보문역 유즈리스 어덜트, 약수 오버트
올해의 만트라
- What you pay attention becomes your life.
-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교통사고가 나도 내 책임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 눈이 펑펑 내린 1월에 국중박에 갔다. 하얗고 아름다웠다.
- 현정이 아보카도 키우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현정이 숙취해소제와 함께 나타났다.
- 선호랑 걸어서 장을 봐왔다. 조금만 움직이면 싸고 싱싱한 야채가 손에 들어왔다.
- 재밌는 글 작업을 여러 번 진행했다.
- 다시 이력서를 정리했다. 새 회사에서 7개월을 보냈다.
- 올해는 여름이 특히 좋았다.
- 내게 청새치는 무엇이며, 상어는 무엇일까.
- 해방촌에서 보냈던 하루. 타코 스탠드에서 타코를 집어먹고, 포뮬라에서 책을 읽었다. 봄과 초여름 사이,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 현정이 엄청 귀여운 선물을 두고 갔다.
- 5월의 도쿄, 재미없었다고 말했는데 사진 보니까 꽤나 즐긴 거 같다. 귀여운 순간이 많았다.
- 우에노 공원에서 본 마티즈 전시가 특히 좋았다.
- 꽤나 즐긴 듯,,
- 냉장고에 남은 두부를 들고 서울로 가는 선호
- 고자극 중구 라이프를 실컷 만끽했다.
- 틸나가 찍어준 책 읽는 나. 블루보틀에서 틸나와 마주 앉는 시간이 좋았다.
- 올해는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적이 없다. 더 자주 읽자.
- 새 회사의 귀여운 친구들.
- 국중박으로 소풍을 갔다.
- 친구와 보냈던 몇 번의 밤
- 영화를 보는 밤들
- 선물해 주고 디게 행복해진 순간들
- 귀여운 호
- 볼하우스 회고를 하고 뇌절타임을 가졌다. 2년 만에 소회가 써져서 기뻤고, 너무 진심인 마음은 들 수도 놓을 수도 없다는 걸 실감했다.
- 귀여웠던 손님과 최선을 다했던 날들.
- 12월의 안성. 귀여운 아기와 한솔을 만났다.
- 11월의 후쿠오카. 유카를 만나러 가길 잘했다.
- 따뜻하고 아늑한, 이라는 수식어가 낯설고 사랑스러웠다. 내년에는 똑같은 매일을 더 감사하며 살고 싶다.
연말 회고를 쓰다 보니 올해 내 이야기에는 빌런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꼽자면 또 지긋지긋한 설정을 가져온 하루키 정도랄까... 현실의 삶이 얼마나 평온했는지 알 수 있다. 강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사과를 따서 나눠먹는 동물의 숲 같은 1년을 살았다. 빌런이 없다는 건, 빌런을 만날 만큼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적당한 거리감을 거듭 연습한 한 해였다. 그래서 내년에는 빌런을 만나보고 싶다. 작고 귀여운 동숲에서 벗어나, '빌런을 만나보고 싶다'고 쓴 23년의 나를 원망하고 싶다. 내년에 찾아올 모험과 그 모험에 딸린 빌런을 기대하며, 잘가요 23년. 많이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