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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다이어터 May 28. 2021

사람은 과연 변할까요?

일터 002

2018년 어느 날, 아침 무료급식을 위해 출근을 했습니다.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려 있네요. 깜짝 놀라서 확인해 보니, 밤새 도둑이 들었습니다. 2층 창문으로 들어와서 이곳저곳 파손하고, 사무실 문을 뜯어내고, 얼마 안 되는 현금과 상품권을 털어 갔네요.  


CCTV를 확인해 보니, 아는 얼굴입니다.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저희 기관에서 수년째 돕는 H씨 입니다. 거의 고아로 자라서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이 없는 H씨를 위해 기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공동생활시설에서 무상으로 살도록 지원했고, 급식소에서 파트타이머로 일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따로 독립을 원해서 고시원비와 정착비를 지원했는데, 바로 "먹튀".  몇 달간 연락이 안 되더니, 이렇게 CCTV에서 얼굴을 뵈올 줄이야!  


괘씸해서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자수하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달 정도 기다렸습니다. 안타깝게도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구치소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구치소에 면회를 가서 H씨를 만났습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돈이 좀 필요해서 술 기운데 그랬습니다. 나가서 다 갚겠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H씨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영치금도 넣어주고, 편지도 쓰고, 정기 면회도 갔습니다. 드디어 출소! 작은 방을 마련해 주고, 살길을 찾아 주기 위해 한 달간 애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서 연락 온 이후로 다시 사라진 H씨. 그 후로 연락이 거의 안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분은 H 씨뿐만이 아닙니다. 비슷한 케이스가 정말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점점 방어적이게 됩니다. 저 사람 말 믿어도 될까?  저 사람 변할까?  도와줘야 할까?  어디까지 도와줘야 할까? 답은 없습니다. 그냥 고민뿐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연락 와서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냥 두면 결국 사람을 완전히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변화를 보고 돕는 것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보고 계속 돕는 걸로 정리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미워도 다시 한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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