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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다이어터 Jun 03. 2021

소고기 보다사람이죠!

일터 003

저는 무료급식소, 반찬나눔, 자립지원 등의 복지사업을 하는 곳에서 일합니다. 주 대상자는 노숙인, 일을 구하지 못한 일용근로자 등입니다. (사실 노숙이나 일을 못 구한 것은 신분이 아니라 "상황"이기에 지나치게 "노숙인", "일용근로자" 등으로 구분 지어 말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늘 점심에는 자립지원 대상자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뭘 드시고 싶냐고 여쭈니, "소고기"라고 하셨습니다. "소고기 좋지요! 먹으러 가요!"라고 해놓고, 계산을 두드려보는 저는 참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손을 살짝 떨면서, 폭풍 검색!  결국 평가가 괜찮은 소고기 무! 한! 리! 필! 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소고기는 무한리필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 포인트!)   


서빙, 세팅, 고기 굽기, 배분까지 완벽히 서비스해 드렸습니다. 사실 우리 클라이언트들은 주로 성장배경이 건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것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격식에 맞는 옷을 입는 것, 타인에 대한 배려, 공공요금을 납부하는 것 등 일상의 일들에 미숙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쭤보니, 고기를 구울 줄 모른다고 하십니다. (아 물론 고기 못 굽는 사람이 흔하긴 합니다. 오히려 저처럼 육식을 탐하고 잘 고르고 잘 굽고, 잘 먹는 자들이 드물지도ㅋ)  


그런데 생각보다 잘 못 드십니다. 평소에 잘 안 드셔서 그런 것도 있고, 다들 이가 안 좋으십니다. 최대한 부드럽게 구워서 드렸습니다. 간만에 하는 외식에 즐거운 대화가 오갑니다. 사실 이분들은 소고기 보다 같이 먹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물론 저는 둘 다 필요합니다ㅋ)  즐거운 고기파릐를 마치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도 한잔씩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여쭤보니,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1-2시간이면 바다까지 쉽게 가는데, 이분들은 누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가기 힘듭니다. 조만간 바다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역시 바다보다 사람이겠죠? 바다도 좋지만, 지지하고 격려하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바다가 좋습니다. 비록 이분들이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람을 잃지 않으면, 사랑을 잃지 않으면 분명히 더 나은 삶을 살 것입니다. 이분들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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