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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종규 Feb 15. 2023

[5] 식 食 Food

순환경제와 농식품 산업

과거 5년 정도 식품 회사에 몸 담았던 적도 있었고 지금 회사에서 한국 시장의 기회를 찾도록 해외 기업을 도우며 다루는 프로젝트가 식품 관련이 많다. 6년 전부터는 지속가능성 분야 식품 사례 접할 기회가 잦았는데 해외와 한국의 온도 차가 꽤나 느껴졌다.


낙농과 목축을 기반으로 성장한 뉴질랜드 같은 나라나 Nestle 같은 글로벌 기업은 저마다 오염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며 탄소중립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뉴질랜드는 2025년부터 목장주에게 환경세금을 추가로 걷기 위해 농지 면적 당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려는 정치 논의가 치열하다.

미국의 육류 유통 브랜드 Force of Nature는 방목사육한 소고기 상품과 대체육 상품의 온실가스배출량을 비교하며 상품을 홍보한다. 방목을 하며 자연에서 포집하는 탄소량을 무시할 수 없고, 고기의 맛과 느낌을 내고자 합성식품에 넣는 원료와 첨가제의 전체 공급망 배출량을 추측한다면 솔깃한 말이다.

미디어에 비친 대체식품 트렌드도 커다란 흐름으로 다가오는데 해외에서는 한국시장을 특이하게 보고 있다. 두유가 전혀 새롭지 않으면서 두부, 가지 등을 일상식단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비건식단의 주재료를 한국에 새롭게 소개하기 어렵겠다는 시각도 있었던 한편, 서구식 생활문화에 버무려 들여오는 사례도 있다. 오트밀크는 카페의 바리스타를 통해, 샐러드와 스무디 식단을 요가강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전략을 목격했다.

식품업계에도 닥친 기후위기 대응 흐름이 두 진영으로 갈린 듯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단백질 공급원을 부정하고 대체하려 한다기보다는 새롭게 등장한 또 하나의 선택지 혹은 대안 정도로 여기고, 대결구도에서 한 발 물러서 순환 경제 관점에서 인류의 식량 공급원을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


탄소 중립만큼이나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 이슈인 자연 자본 (Na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대로 토양, 물, 공기, 생물 등 자연은 인류 생존의 필요 자원으로 여기는 생태 경제학의 개념이라고 한다. EMF는 자연 자본을 지키고 키워나가기 위한 식량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한번 순환 경제 3원칙을 떠올려 보면 버릴 것 없도록 만들고, 남김 없도록 잘 순환하여 쓰고, 자연을 재생할 것.

식품의 범위는 곡물과 육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동애등에 유충을 키우며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로 주고 다 자란 유충은 만든 양식장 사료로 쓰는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기업이 된 AgriProtein은 도시의 쓰레기 처리와 양식 사료의 공급을 순환경제 방식으로 풀어낸 회사이다. 한국에도 유사한 모델의 기업이 있다고 들었다.

자연을 재생하면서 얻은 식품을 버림 없이 잘 활용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조금씩 필요한 만큼 포장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로웨이스트 판매점도 있고, 조리할 때나 저장하다가 남는 음식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고, 빵을 만들다 남은 부스러기로 맥주를 만들거나 반대로 맥주를 만들고 남는 곡물찌꺼기로 밀가루를 만드는 회사도 있다.

글로벌 10개 식품 기업을 콕 집어 자연을 소비만 하는 방식의 전통적 식품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환하라고 공개 발표한 The Big Food Redesign에서는 배출영향이 적은 방법으로 다양한 종을 키우고, 부산물을 재료로 활용하면서 재생농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경축순환농업, 산림농업 (Agroforestry) 등을 포함하여 생태농업 (Permaculture)의 개념은 이미 잘 알려진 농법이기에 글로벌 식품 기업이 규모화 있게 지원하고, 구매하기 시작한다면 효과적 전환이 가능할 거라고 한다.


외국 출장길에 한 목장주와 방목 축산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야산 서너 개 면적 정도는 될 듯한 대규모의 농지를 직원 세 명과 운영하고 있는 농부였다. 양, 사슴, 소 4천여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울타리마다 풀을 심어 두고 이 쪽 울타리에서 다른 울타리로 가축무리를 옮기는 일을 설명해 주었다. 턱길이가 다른 동물이기에 소 무리가 뜯어먹으며 지나간 풀밭에 양 무리를 넣으면 키가 작은 풀을 뜯어먹는다고 했다. 풀을 뜯어먹는 동물이 만드는 생리현상은 땅을 건강하게 하는 양분이 되어 풀이 잘 자라며 주기적으로 풀 대신 감자를 심고 갈아엎어 토질 관리를 한다고 했다. 어떤 풀을 심어 가축의 영양상태를 관리할지, 토양의 성분은 어떤 특성일지에 대해서는 농가협회나 농업연구소의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의 고민은 재래종 나무를 심어 토착 조류가 농장에 살 수 있도록 돕고 농장 안에 흐르는 개천을 잘 가꾸어 깨끗한 물이 가축과 땅에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장주의 경영관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농사를 생각하면 단위 면적당 수확가치를 따져 가축의 종류를 결정하고 키워 팔면 되고, 내년 농사만 생각한다면 토질 관리 정도만 해도 되겠으나 앞으로 단 10년 간 만이라도 식품 생산량을 잘 유지하려면 생명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에른스트 고치 Ernst Götsch

1948년생의 스위스 출신 연구자였던 에른스트 고치는 1980년대 초 브라질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벌목으로 황폐해진 1200 에이커(약 5㎢) 토지를 산림농업을 적용하여 수년 안에 수익성 좋은 카카오 농장으로 바꾼 바 있다. 1995년에 그가 정리한 보고서 The Break-through in Agriculture 이후로 그의 제자와 많은 농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우수함과 동시에 생태의 자연 자본을 키워나갈 수 있는 농장 사례를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구현해가고 있다. 신중하게 선택한 식물 종류를 계산된 간격과 방향에 맞춰 미리 결정해 둔 순차대로 심었다. 자연의 패턴을 모방하여 약해진 땅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의 접근법의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땅에 무엇을 더 줄 지를 생각 않고, 자연의 복원과정을 모방한 과정 중심의 관리

과감하게 가지치기하여 숲에 바이오매스와 수분을 더하고 빛을 모으며 탄소 포집과 순환을 유도

수분 함량이 높은 식물을 숲에 들여 토양에 물 순환 유도

사철나무를 심고 가꿔서 약한 식물을 보호하고, 토양에 유기물 생산에 도움

그는 식물 하나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에는 같은 종끼리 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의 관계를 포함한 생태계 전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연구해 왔고 성공으로 증명했다. 이 이야기는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다큐멘터리로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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