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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선열 Nov 09. 2024

등 긁개가 필요해졌다



 비교적 건강한 유전자를 태어났다

나이 70을 넘어서  노화의 증상들을 겪고는 있지만 상시 복용해야 할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노환에 시달리고 있지도  않으니 건강에는 자신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요샛말로 근자감이다 


"건강에 관해서는 자신할 게 아니야, 나 봐라 모두들  강철이라 했어,

무너지기 시작하니 와르르야, 마치 봇물 터지 듯한다니까"

친구들 중에서 가장 건강한 편이던 친구가

겨울에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뼈에 금이 가고 일 년 이상을 깁스를 해야 했다

걸을 수가 없어 일 년여를 집안에서 생활해야 했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일 년이란 기간은 근육이 빠져나가기 충분했다

겨우 깁스를 풀고 나들이가 가능해졌을 무렵 다시  팔에 깁스를 해야 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스치듯 부딪쳤는데 팔에 이상이 생겼다 

다시 육 개월, 칩거 생활이 계속되었다 


패러글라이더며 윈드서핑이며 또래의 여자 친구들보다 활동적이었건만 

계속되는 병치레가 강인하던 그녀의 몸과 마음을 파고들었다

근육은 빠지고 우울증이 생겼다

방에 처박혀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독한 약들을 먹다 보니

불면증이 생기고 위장병이 생겼다

야채 위주의 건강한 식생활에 관계없이 고지혈도 생겼다 

끼니 때마다 한 움큼씩 약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불과 삼사 년 내에 건강이 걷 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이제 겨우 우울증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계속되는 불면증은 여전히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정말 건강은 자신할 게 아닌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사고 하나가 건강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자신하지 말고 매사에 조심해야 하는 것이 노년기 건강이다 



머리칼이 희어진다거나 눈이 나빠지는 등 겉으로 드러나는 노화의 증상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 성인병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워 생활에 특별히 불편함은 없다 

골다공증이나  관절염같이 행동에 특별한 제약을 받는 질환도 겪지 않는다

가끔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귀찮기는 하다

눈 결막염에서 시작된 알레르기 증상이  이젠 비염까지 나타나고 있으나 

환절기가 지나면 곧 안정이 되곤 해서 크게 염려하는 편은 아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이다.


운동을 많이 했거나 특별히 건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신체로 인한 불편을 겪어 보지는 않았다

등 긁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등 뒤까지 손을 뻗으며 

"등 긁개가 왜 필요해, 이렇게 하면 되지, 코미디언들 등에 누워서 파스 붙이는 거, 너무  작위적이지 않니?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던데···차라리 맹구가 낫겠다" 하곤 했다 .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어깨가 아팠다. 

원인을 모르는 채로 병원에서 오십견 치료를 받아야 했다, 등 뒤에서 잡히던 손이 잡히지 않았다 

등 뒤에서 양 손이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환절기,나이들어 건조해진 피부가 가려워지기 시작하니 등이 문제였다

등 뒤로 손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그제야 등 긁개가 간절해졌다 

다이소에서 이 천 원짜리 등 긁개를 사고나서  등이 시원해지니 살 것 같았다.

비로소 건강에 자신하지 말라던 친구의 말에 수긍이 갔다


오십견 치료 후 팔은 많이 자유로워져 간신히 등 뒤로 두 손이 잡히니 

이젠  등 긁개가 언제 필요했나 싶다 

들어 올 때하고 나갈 때  다르다더니 사람 마음 참 요사스럽다.


https://naver.me/GgWBDlMr

         [권석천의 컷 cut] 짐작이라도 해보려는 마음

지난주 한 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생리대, 남자가 입어봤다’(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4일간 생리대를 하고 생활하면서 겪은 체험담을 담았다. 무더운 날씨에 토마토 주스를 부은 생리대를 붙이고 3시간마다 갈면

naver.me


2024년 9월 6일 중앙일보 권석천의 컷 글이다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고

겪어 보아도 지나고 나면 잊히는 게 사람의 일이다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짐작이라도 해보려는 마음

이런 마음이  있어 사회가 아름다워진다,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


이제는 필요 없어진 등 긁개지만 언제 다시 필요해질지 모르는 일이다 

친구가 창졸지간에 건강을 잃듯이 나이 든 사람의 건강은 자신할 게 아니다

남의 일이라 내치지 말고 새겨 들어야 한다

아픈 심정을 짐작이라도 해보려 할 일이다

누구나 한 번은 늙는다

조금 이르고 늦은 차이는 있고, 통증의 강도가 다를수도 있지만 

크건 작건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노화의 과정


노약자 석의 노인들을 백안시하지는 말자

내일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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