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모나더냐 둥글더냐,아무도 알지 못한다
누구나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사랑을 제대로 말할 수는 없다
형태가 이러할진대 색을 찾기는 더욱 모호하다
다양한 형태보다 더 무궁무진한 색이 사랑의 색이 아닐까?
흰 눈같이 지고 지순한 순백의 사랑
한 점 티끌 없이 사랑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자신을 모두 물들여 버리는 희생의 사랑
화사한 복사 꽃처럼 열리는 핑크빛 사랑
이 순간이 있어 사랑이 환희 아닐까?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순간이 감미롭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정열의 빨강,
자신도 타 버릴 수 있다
장미의 가시처럼 독이 될 수도 있다
질투 없이 이루어지는 사랑이 있을까?
눈이 멀어 버릴 수도 있는 노란색 사랑,질투
평화를 심는 파란색 사랑
헌신과 봉사로 신뢰를 받는 박애주의 자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파란색 사랑
'파릇이 돋아나는 이른 봄 여린 새싹을 보노라면
연약한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솟아나는 희망을 본다
연둣빛 사랑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가 된다
그 신비로운 보라색 사랑
사랑하면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겪어 보지 않을 수 있을까?
환희의 순간에도, 정열의 순간에도, 희망의 순간에도
한 번은 스치고 지나가는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
애간장을 녹이는 부모 사랑일 수 있고
질투에 눈이 머는 순간일 수도 있고
거친 눈보라를 견뎌야 하는 희망에서도 까맣게 타들어 가는 순간이 있다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대목에서 그만 마음이 내려앉고 말았다
타들어가는 마음이 없는 사랑이 있을 수 있을까?
때로는 환희에 넘치고 괴력도 불사하는 힘을 내게 하는 사랑이지만
까맣게 마음이 타들어가는 순간을 넘겨 보아야 사랑의 진수를 알 수 있다
환희와 질투와 만족, 끝 간 데 없는 그리움, 퍼낼수록 부족해지는 마음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총체가 사랑이 아닐까?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들을 섞으면 블랙이 되는 것처럼
사랑은 아마도 블랙일 수 있다
모든 색을 섞으면 나오는 블랙,
사랑은 아마도 블랙
아마도가 붙어 있으니 다른 색에 대한 개연성을 살 릴 수도 있다
따스한 눈길, 부드러운 손길, 고운 말씨에, 수만 가지 사랑의 색이 스며들고 번져 나간다
마침내 블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