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부터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으니 나는 국가 공인 어르신이라고 떠들어 대지만나도 늙는 것은 처음이다. 어떤 게 늙는 건지,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30 대에 운전면허를 따면서 나는 노후대책의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늙어서 걸어 다니기 힘들 때 운전할 수 있어야 기동력이 생기는 거라 생각했다. 막상 65세가 넘고 나니 노인이 되면 운전 능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고령 운전이 위험하단다 운전 면허를 반납하라는 강요는 아니지만 권유를 듣기도하고 70세부터는 3년마다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낼 때마다 공연히 좌불안석 불안해진다.
지하철 공짜표에 헤벌쭉 입이 벌어지다가 삐삑하는 티켓팅 소리에 샐쭉 토라지고 그렇게라도 구분해야 하는 현실이 이해되기도 한다. 보통 승차권은 전철 티켓팅시 삐익 소리가 난다. 이상이 발견되었을 경우 삐삐삑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노인 무임승차권에서는 삐빅 소리가 난다. 잠시 공짜가 미안해진다.
아들이 회사근처로 거주를 옮기고 나니 나는 독거노인이 되었다. 친절한 강남구청 직원들이 가끔 독거노인 실태조사를 한다. 늦은 귀가를 한 어느 날. 아파트 문에 독거노인 실태조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독거노인!, 노 노 노 안 안 안, 40대 어느 날, 처음 노안 진단을 받았을 때 같은 충격이 왔다가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어르신과 노인, 단어만 바꿨을 뿐 같은 뜻인데 노인이란 말이 처음 듣는 것처럼 충격이라니. . .나는 독거 노인임에 틀림이 없다 .
노인, 노안, 노화, 내가 노자에 민감한가 보다.하긴 no라는 말을 잘 못하긴 한다. 웬만하면 피치 못해 거절할 일이 있을 때도 돌려서 완곡한 표현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독거노인이라니, 마치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아 남은 인생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실태조사를 나왔으니 부재중이라 못 만나고 돌아가니 연락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에 공연히 심술이 나 혼자 투덜거린다. 독거노인은 외출도 못한단 말인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실태조사를 받기 위해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일부러 왔다가 그냥 돌아갔을 공무원에게 미안한 생각을 내 탓이 아닌 것으로 돌려버리며 노인은 아이가 되어가는 것이라던 연속극 대사가 생각났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김혜자 선생이 중얼거렸다. "아이는 이쁘기나 하지. .",나는 생각했다 '아이는 커가는 기대감이 있지, 늙어 가는 것은 희망이 없는 거잖아',
김형석 교수님처럼 100세까지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고 항변하려 해도 나 자신을 돌아보면 준비 안된 노후가 걱정일 뿐이다. 늙는 건 처음인데 어떻게 늙어가야할지 답답해진다. 우리 집을 방문했다가 그냥 돌아간 공무원에게 나는 아직 괜찮으니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경 쓰라고 전화를 해놓고 아직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쓰인다. 아직일 뿐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제라도 잘못 넘어져 골절이 되면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것도 같다. 젊어보기는 했지만 늙어가는 것은 처음인 지금, 묻고 싶다. 너 늙어 봤니?
어떻게 해야 대비할 수 있을까? 잘 늙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