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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Apr 26. 2024

힙한 민희진, 민심을 얻다.

쇼케이스가 되어버린 기자회견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영상은 최근 보았던 그 어떤 무엇보다도 재미있었다. 장장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음에도 지루하기는커녕 홀린 듯이 보게 되었다. 이게 이렇게 흥미진진할 일이던가? 그녀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나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다.


  늦은 오후, 언제나 그렇듯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틀었다. 볼 게 없어서 무한 새로고침을 하던 그때, 한 뉴스채널의 썸네일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민희진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속보였다. 


  안 그래도 요 며칠 동안 관련 뉴스로 무척 시끄러웠다. 알고 싶지 않아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왔다.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대표가 번갈아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여론도 뒤집히기 일쑤였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공방은 여느 전쟁 못지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이 진실인가에 있을 것이다. 초반에는 중립기어를 박고 관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요 며칠 사이 하이브 쪽에서 민희진 대표에게 매우 불리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민심은 방시혁 의장 쪽으로 눈에 띄게 기울기 시작했다.


  수세에 몰린 민희진 대표가 뽑아 든 카드는 바로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방법이 성공했다고 본다. 실제적인 법적 다툼에서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적어도 민희진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야구 캡 모자를 풀 눌러쓰고 지치는 기색도 하나 없이 무섭게 쏟아내는 방 의장과 하이브를 향한 날카로운 디스들은 웬만한 래퍼 저리 가라였다.


  잠자코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 나도 할 말 해야겠다는 각오로 나선 민 대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대중들은 점점 그녀의 말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실시간 댓글창의 여론은 초반 민 대표를 디스 하는 것 투성이었는데 점점 그녀의 파이팅에 감동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잘 들어보면 기시감이 들기도 하는 그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K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그런 일들.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한마디 못하고 삭혀야 했던 우리들. 이보다 더 시원한 사이다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그녀는 저항과 투사의 이미지를 확실히 가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방 의장에게는 여느 회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빌런형 상사의 이미지가 씌워진 듯하다. 앞으로 하이브 측에서도 대응을 하겠지만 이미지 싸움에서 민 대표를 이기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민 대표가 해임을 피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대기업 하이브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민 대표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지는 못했으나 보기 좋게 더럽힌 것만큼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 민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힙함 그 자체였다. 랩에 가까운 울부짖음은 물론, 친근한 단어 선택까지 완벽했다. 사이다를 한잔 시원하게 들이킨 느낌까지 들었다. 역시 아이돌은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닌가 보다. 확실히 뉴진스의 엄마답게 보통내기가 아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나와서 독립했으면 한다. 확실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이다. 게다가 누구 밑에 있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타고난 대장 체질이고 자기가 대장이 되어보면 느끼는 것도 많을 테니.


  기자회견이 내 머릿속을 통째로 장악한 하루였다. 이제 사실 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민희진이라는 한 사람이 쏟아낸 말들이 대중을 사로잡았고 말 그대로 민심이 민심을 장악해 버렸다. 이 와중에 그녀의 파란 야구캡 모자는 시선강탈이네. 살까 했는데 벌써 품절템이 되어버렸다.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592878_36438.html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민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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