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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17. 2024

응원봉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 광장은 들썩였다. 숫자를 셀 수도 없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광장을 수놓고 있었다. 우리는 기필코 다시 승리할 것이라는 염원이 이루어졌다.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어서 천만다행이다. 지난 토요일(14일) 폭주하는 그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하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여전히 남아있는 변수들이 많아 예측이 어렵다. 관련자들을 빠짐없이 조사해 혐의를 자세히 밝혀내야 한다. 검찰 쪽에서 자꾸 수사에 관여하려는 움직임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윤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다.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무엇을 예측하고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계엄이라는 사태를 통해 알아버렸다.


  가능성이 아주 작더라도 자신의 권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면 기꺼이 실행하고야 말 것이다. 탄핵이 가결 되었는데도 끝까지 해보겠다고 다짐한 윤 대통령이다. 반성은커녕 궤변만 늘어놓는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과도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관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관련사진보기



  김어준씨는 지난 13일,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매우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사실 관계를 전부 다 확인 한 건 아니라면서 입을 뗀 그의 증언은 다음과 같이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동훈을 체포하여 사살한다.
-조국, 양정철, 김어준 체포하여 호송하고 그 호송부대를 습격하여 상당한 타격을 입혀 구출하는 척한다. 이는 북한군이 국내 종북세력을 구출하려는 시도로 보이기 위함이다.
-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을 매립한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북한군 군복을 발견했다고 보도해 북한 군의 소행인 것처럼 발표한다.
-미군 몇 명을 사살하고 이 역시 북한의 소행으로 위장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폭격하도록 유도한다.
-북한산 무인기에 북한산 무기를 탑재해 사용한다.


  이 내용을 발표하는 김어준씨는 평소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특유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척 경직된 채로 천천히 발언을 이어갔다. 그가 대중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연기한 게 아니라면 정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 하원의원 브래드 셔먼이 MBC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김어준씨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는 미국만의 정보수집 능력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대한민국 국군이 남한 내 장소를 타격할 경우 북한의 공격이 아님을 알고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한국군의 수상한 동태를 미군 측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자 경고였다. 미국 역시 한국의 계엄 사태에 관해 심각하게 여기며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브래드 셔먼 미 하원의원 ⓒ 브래드 셔먼 X관련사진보기



  역사는 이미 그를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탄핵 가결 후 윤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했는데 '국민과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의 말이 마치 국민에 대항하여 끝을 보겠다는 엄포로 다가오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겼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최근에 연이어 겪다 보니 국민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추가로 무슨 일이 더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짓밟고 역사의 시계를 과거 군부 독재 시절로 돌리려 했다. 만약 그의 계획대로 계엄이 성공했다면 바로 다음 날부터 계엄군은 진압봉을 들고 시위대 앞에 섰을 것이다. 유혈사태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들이 먼저 봉을 들었다. 시대가 퇴보하지 못하도록 막아냈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어둠을 환히 밝힌 응원봉의 빛이 그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국가 폭력에 맞서 같은 폭력이 아닌 아무도 해치지 못하는 세상 무해한 반짝이는 응원봉을 흔들었다.


  이른바 K-시위. 외신들도 놀라워할 만큼 평화적이고 인상 깊은 시위 문화를 보여주었다. 국가의 이름을 더럽히면서 폭력의 끝까지 가려고 했던 윤 대통령. 그의 세력들에게 비폭력으로 저항한 국민들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한 단계 더 성숙한 모습이다.


  탄핵을 앞두고 도심의 광장을 가득 채웠던 국민의 모습을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극심한 갈등의 시대를 지나고 있음에도 불의와 부당 앞에 맞서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 싸움은 끝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우리 국민의 승리로 끝나고 정의 구현을 해내리라 믿는다. 세대가 어우러져 함께 광장을 지키는 한, 대한민국의 국민은 절대 패배할 리 없다.


  캄캄한 시대가 될 뻔했던 나라의 위기 앞에서 분연히 일어나 준 국민들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나 된 모습으로 흔든 응원봉의 불빛이 어둠을 몰아내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탄핵 응원봉의 불빛이 이제는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 염원이 담긴 응원봉의 행렬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응원봉의 불빛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땅의 질서와 정의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대문사진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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