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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Nov 21. 2023

외로움


괜찮은 줄 알았다.

남들처럼 그저 그렇게 살아왔고, 내 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다. 내 몸 어디 한군데 아픈 곳도 없었으며, 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웃고 떠들며 희노애락 이라는 감정을 나누며 잠이 오면 잠자리에 들었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특별한 무슨 사건도 없이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어느날 어떤 한 사람이 건넨 말 한마디에 목구멍은 타는 듯이 아파왔고,눈에는 둑이 무너지듯 눈물이 터져 버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런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입만 벌린 채 그렇게 오열하고 있다. 지금 이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이다. 진짜 이렇게 울고 싶었나 보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왜 그렇게 못했을까?

슬픈 것도 아니고 억울한 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사무치고 알 수 없는 슬픔이, 온몸에 자리하고 있는 핏줄을 타고 올라와 얼굴에 난 구멍이란 구멍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이건 체액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알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 내가 아파하고 있었구나 ]

하고 느끼는... 오로지 내가 나 자신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또 다른 나는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그렇게 호되게 벌을 주는 것이리라.

나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어서 늘 외로웠나 보다. 이것은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이자 동시에 또 다른 나와의 헤어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도움을 준다고 해도 받을 수도 없다.

언제까지 이 힘들고 지루한 나 자신과의 싸움과 이 시간이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웃음과 미소를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얼굴이 석고상처럼 굳어지기 전에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제일 힘든 일이 자 제일 큰 고통이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외로운 들판에 홀로 서있더라도 가슴속 따뜻한 추억하나 자리하고 있다면 참 행복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추억이라는 상자 속으로 들어간다.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 안에서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됨을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진정 스스로 초인이 됨을 연마하는 수련 기간이 아닐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내가 변하는 것일 뿐....

내 몸이 변하고 내 생각이 변하고 내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변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며, 그 자체가 본질이다. 내 눈물 속에는 변해버린 나, 변해버린 너, 변해버린 우리의 아쉬움과 그리움도 크게 자리하고 있음이다. 무엇이 그토록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을까. 그토록 바라는 크기만큼이나 헛된 욕심과 무지한 강박이 나 자신에게 진실을 왜곡시켰을 것이다.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물을 닦고 차가워진 무릎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두 팔 벌려 따스하게 안아줄 그 누구도 없고, 마음 편히 어깨에 기대어 투정을 들어줄 그 누구도 없음을 서러워하지도 말자. 무릎에 냉기가 사라지고 눈물 자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손을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고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저... 지평선을 느낄 정도의 햇살 정도면 감사하다고 그렇게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어가는 인생이면 그러면 좋겠다.


낙엽이 찬바람을 타고 내 앞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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