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Wave Jun 20. 2021

동네북 신세, 80년대생 직장인들의 요즘 이야기

선배들은 '요즘 것들' 이라 하고, 후배들은 '벌써 사측'이란다

회사의 80년대생, 새로운 끼인 세대

  근 들어 80년생 직장인'새로운 끼인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조직내 대리, 과장급 실무자리는 70년대생 조직장  선임들과 90년대생 후배들 사이에 꽉 끼어 있는 끼인 세대이다.

위로는 조직장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고, 아래로는 90년생 후배들을 챙기고 있는 우리는  요즘 들어 자연스럽게 소통의 중간단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모두와 접한 채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세대 사이에 끼어있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70년생과 90년생은 서로

전혀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윗분들 회사생활 보다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는 요즘 것들이 못마땅하다. 당신들 시각으론 남은 업무가 있으면 야근을 하든 주말 출근을 하든 주어진 시간 안에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사원들은 일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칼퇴근을 당연시하고, 업무에 대한 경각심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부서 활동도 마찬가지다. 팀워크를 다지는 측면에서 만하면 점심도 같이 먹고 정기적으로 회식도 가져야되는데, 얘들은 뭔가 반응이 시큰둥하다. 대놓고 싫은 기색을 표현하기도 하니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팀에서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종료돼서 회식을 잡으려 했어. 옛날이야 뭐 팀장이 그날 얘기하면 바로 딱 회식을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고 뭐고 시대가 그렇지 않잖아. 그래서 내가 한 명 한 명 팀원들한테 좋은 날짜를 물어봤지. 그랬더니 다들 그 주에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럼 이번 주에 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마지막에 막내한테도 시간이 되는지 물어봤지. 그런데 본인은 선약이 있어서 2주 뒤에 시간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회식을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얘기해 주라고 하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솔직히 화가 나더라고(75년생 조직장A(남))



후배들 역시  조직장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회사가 본인 꺼라도 되는 듯 가정과 취미생활은 포기하고 일만 강조하는 조직장이 이해 가지 않는다(즘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라 해도 굳이 출근는 모습도 보인다).

대화도 업무시간 중  충분히 많이 하고 있는데, 회식은 또 왜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차원에서 회식을 하자는데 솔직히 거짓말 같아요. 그냥 파트장님이 술 마시고 싶으니까 자리를 만드는 것뿐이지, 어차피 회식에 가면 파트장님만 얘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추임새를 넣거나 듣고만 있어요. 불편하고 누구 좋으라고 하는 회식인지 모르겠어요(91년생 후배B(남))


물론 몇 가지 사례들 만으로 세대별 특징을 일반화 하기는 힘들그 안에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 다만 기서 조하고 싶은 점은,  두 집단 충돌 최근 들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직접적 마찰보다는 뒷담화 형태가 대부분이긴 하다).

살아온 방식이 너무도 다르고, 조직 내에서 가지는 위치와 미션 역시 차이가 나기 때문 대 간  간극 쉽사리 좁혀질 생각을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상하 관계상 상사의 말을 후배들이 군말 없이 따르는 경우 많지만, 내심으로는 수긍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 세대 사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불평불만은 중간에 멀뚱멀뚱 앉아  있는 우리게로 향한다.


* 위에서  80년대생을 '새로운' 끼인세대라고 표현한 이유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끼인세대는 70년대생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는 일선에 있던 60년대생 직장인들이 조금씩 이선으로 물러나고, 90년후배들의 비중은 높아지며 80년대생 직장인이 새로운 끼인세대로 부각되고 있다.


프로공감러, 다 들어 드려요

80년 직장인들은 어떤 면에서 감도가 매우 뛰어나다.

우선 10여 년간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기성세대가 90년대후배들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우리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70년대 선배들은 우의 멘토이자 사수였으며, 실무자로서 함께 회사 생활을 했다. IMF를 겪은 선배들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회사에 충성을 다했고 말 그대로 회사에 이 한 몸을 바친 세대이다. 보수적이고 위계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환경에서, 상사의 말은 어떻게든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회사를 위해 개인의 삶은 일정 부분 희생했다.

그런 선배들 밑에서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과장, 대리들도  입사 초기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도 기성세대가 요즘 사원들에 대해 늘어놓는 불만들이 다는 아니어도 일정 부분은 이해가 가는 게 사실이다.

요즘 후배들에 대해 선배들이 불만을 얘기할 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이 있죠. 얼마 전 팀에서 회사의 1분기 매출 현황을 분석하느라 다 같이 야근을 했어요. 그런데 2년차 사원이 6시 좀 넘어 먼저 퇴근해보겠다고 말하길래 차장님이 일은 다 끝냈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후배가 다 끝냈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는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 다 야근 중인데 혼자 일 끝났다고 가는 게 맞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일을 다 끝냈다니 저도 잘 가라고 인사를 했죠. 그런데 다음날 확인해보니 후배가 해야 할 일을 거의 안 해놨고 해 놓은 부분도 검수를 해보니 틀린 부분이 많이 나왔어요. 나중에 팀장님이 후배를 따로 불러 책임감 없는 부분에 대해 뭐라 했는데 그때 사실 저도 팀장님의 말에 공감이 갔고, 요즘 후배들을 보면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많이 떨어져 보여요 (85년생 A과장(남))


다른 한편으로 후배들선배세대에 가지는 불만도 이해가 간다. 90년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도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거나 과거에 똑같이 불만을 가졌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를 위한 회의가 너무 많다느니, 어떤 팀장의 주사가 심해서 회식을 가기가 싫다느니 등등,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그런지 제의식이 비슷하고 상당 부분 내용도 공감이 다. 래서 그런지 업무를 하다 답답할 때면 후배를 불러 특정 꼰대(?)에 대해 같이 뒷담화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후배들과 얘기를 하고 있으면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아요. 한 번은 후배가 커피를 마시면서 저에게 “아니 팀장님은 본인이 맨날 지각하고 근태가 안 좋으면서 우리한테 맨날 지각하지 말라고 하는데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어요” 라고 얘기하는 데 저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어요. 아무래도 팀 내에서도 서로 가깝게 지내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편하고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88년생 B대리(여))


단적인 예들이지만 이처럼 80년 직장인들은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서 리스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양 측 모두를 공감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처량한 동네북 신세

그런데 공감을 잘하면 뭐하나. 두 집단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양쪽 모두로부터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장 세대는 본인들의 주장에 우리가 반대의견을 내거나 업무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요즘 것들’ 이라는 프레임(frame)으로 우리를 90년 후배들과 함께 매도한다.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 “편하게만 살아서 옛날하고 다르다”등등 젊은 세대를 나무라는 발언을 하며 본인의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90년대생 후배들에게는 나름  말조심도 하고 인위적이지만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다. 웬만한 자극에는 수용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건지, 인신공격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후배가 업무적으로 실수를 하거나 일상적인 태도 부분이 못마땅해도, 사자를 직접 불러 훈계하는 대신 멘토인 우리를 질책한다. “선배가 돼서 아직 기본적인 것도 안 가르치고 뭐했냐, 도대체 뭘 가르쳤길래 애가 아직 저 모양이냐” 등등 . 그리고 은연중에 또는 직접적으로 후배 정신교육을 시키라고(내리갈굼) 지시한다.


90년생 후배들도 우리를 비난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아주 답답한’ 선배들이다. 조직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선배들이 먼저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는데, 위의 과장, 대리들은 많은 부분에 침묵한다. 좋게 말하면 수용성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극히 보신주의적이고 비겁하다. 그리고 기성세대의 문화를 고분고분 따르다 못해 때로는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더욱 실망스럽다.

후배들이 가끔  “벌써부터 꼰대다, 이미 사측이다” 등 반농담식으로 표현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런 말 안에는 뼈가 있는 것 같아 때로는 아프게 다가온다(명치를 훅 강하게 때린다).

우리도 사이에 끼여 있으며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답답할 때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분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의 유토리(ゆとり) 세대

조금 다른 얘기긴 하지만 기성세대의 유행어인 ‘요즘 것들’은 우리나라만의 문화일까?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의 85년생 작가 히노 에이타로가 집필한 저서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 소개하도록 하겠다.

책에 따르면 최근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일본 젊은이들은 ‘유토리 세대’라고 불린다. ‘유토리’ 는 일본어로 ‘여유’라는 뜻으로, 유토리 세대(198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생)는 일본이 새롭게 내세운 교육정책인 ‘유토리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다시 말해 여유로움, 사고력, 표현력, 배려심 등을 중점적으로 함양하는 신식 교육을 받은 세대를 말한다.

 이런 유토리 세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중년들에게 ‘온실 속의 화초 같은 나약한 것들’로 비춰진다. 그리고 일본 신입사원 연수에서는, ‘유토리 세대’에게 사회의 냉혹함을 알게 한다는 명목으로 ‘고생’이나 ‘불합리한 상황’을 겪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일본의 신입사원이 회사에 배치되었을 때의 상황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신입은 분위기를 읽어서 행동하며 규칙을 배워야 한다. 분위기를 읽는 것의 기본은 최대한 모두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모두가 밤늦게까지 야근한다면 아무리 내 일이 일찍 끝났더라도 분위기를 읽고 의미 야근을 한다. 모두가 참가하는 회식이라면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혹은 사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모두가 야근 내역을 보고하지 않고 서비스 야근을 한다면 나도 야근수당을 요구하지 않고 시간외근무를 한다. 모두가 유급휴가를 제때 쓰지 않고 매년 자연 소멸시킨다면 나도 유급휴가를 최대한 쓰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어쨌듯 모두의 행동에 맞춰 어울리는 것이 직장을 지배하는 암묵적인 규칙을 어기지 않고 동료들과 불화 없이 지낼 수 있는 기본적인 비결인 셈이다. (중략) 직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널리 퍼진 규칙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바보 같더라도 모두가 따른다면 그 어느 개인도 거부하거나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지 않으면 여러모로 귀찮아진다는 것을 지금까지 삶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일부 내용만으로 일본 기업문화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부분이라 하더라도 우리와 비교해서 크게 어색하지 않은,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봐도 참 어려운 것 같다. 여기를 맞추자니 저쪽이 서운해하고, 그렇다고 저쪽을 보자니 이쪽에서 난리다. 좋게 말해 중간관리자, 소통의 브릿지로 표현되지만 사실 여기저기서 쥐어터지는 게 일상이다. 세대 간 갈등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개성 강한 세대(과거의 X세대와 오늘의 MZ세대)가 맞붙게 되니 그 영향이 어느 때보다 큰 것도 같다.

관련 교육이나 강의를 들으면 서로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게 중요하다 하는데, 서로 다가서다 보면 오히려 더 싸우게 되는  지금의 상황이 참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수적 기업문화?? 까라면 까 BOSS적 기업문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