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은 '요즘 것들' 이라 하고, 후배들은 '벌써 사측'이란다
회사의 80년대생, 새로운 끼인 세대
한 번은 팀에서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종료돼서 회식을 잡으려 했어. 옛날이야 뭐 팀장이 그날 얘기하면 바로 딱 회식을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고 뭐고 시대가 그렇지 않잖아. 그래서 내가 한 명 한 명 팀원들한테 좋은 날짜를 물어봤지. 그랬더니 다들 그 주에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럼 이번 주에 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마지막에 막내한테도 시간이 되는지 물어봤지. 그런데 본인은 선약이 있어서 2주 뒤에 시간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회식을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얘기해 주라고 하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솔직히 화가 나더라고(75년생 조직장A(남))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차원에서 회식을 하자는데 솔직히 거짓말 같아요. 그냥 파트장님이 술 마시고 싶으니까 자리를 만드는 것뿐이지, 어차피 회식에 가면 파트장님만 얘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추임새를 넣거나 듣고만 있어요. 불편하고 누구 좋으라고 하는 회식인지 모르겠어요(91년생 후배B(남))
프로공감러, 다 들어 드려요
요즘 후배들에 대해 선배들이 불만을 얘기할 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이 있죠. 얼마 전 팀에서 회사의 1분기 매출 현황을 분석하느라 다 같이 야근을 했어요. 그런데 2년차 사원이 6시 좀 넘어 먼저 퇴근해보겠다고 말하길래 차장님이 일은 다 끝냈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후배가 다 끝냈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는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 다 야근 중인데 혼자 일 끝났다고 가는 게 맞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일을 다 끝냈다니 저도 잘 가라고 인사를 했죠. 그런데 다음날 확인해보니 후배가 해야 할 일을 거의 안 해놨고 해 놓은 부분도 검수를 해보니 틀린 부분이 많이 나왔어요. 나중에 팀장님이 후배를 따로 불러 책임감 없는 부분에 대해 뭐라 했는데 그때 사실 저도 팀장님의 말에 공감이 갔고, 요즘 후배들을 보면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많이 떨어져 보여요 (85년생 A과장(남))
후배들과 얘기를 하고 있으면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아요. 한 번은 후배가 커피를 마시면서 저에게 “아니 팀장님은 본인이 맨날 지각하고 근태가 안 좋으면서 우리한테 맨날 지각하지 말라고 하는데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어요” 라고 얘기하는 데 저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어요. 아무래도 팀 내에서도 서로 가깝게 지내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편하고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88년생 B대리(여))
처량한 동네북 신세
가깝고도 먼 나라의 유토리(ゆとり) 세대
신입은 분위기를 읽어서 행동하며 규칙을 배워야 한다. 분위기를 읽는 것의 기본은 최대한 모두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모두가 밤늦게까지 야근한다면 아무리 내 일이 일찍 끝났더라도 분위기를 읽고 의미 야근을 한다. 모두가 참가하는 회식이라면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혹은 사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모두가 야근 내역을 보고하지 않고 서비스 야근을 한다면 나도 야근수당을 요구하지 않고 시간외근무를 한다. 모두가 유급휴가를 제때 쓰지 않고 매년 자연 소멸시킨다면 나도 유급휴가를 최대한 쓰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어쨌듯 모두의 행동에 맞춰 어울리는 것이 직장을 지배하는 암묵적인 규칙을 어기지 않고 동료들과 불화 없이 지낼 수 있는 기본적인 비결인 셈이다. (중략) 직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널리 퍼진 규칙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바보 같더라도 모두가 따른다면 그 어느 개인도 거부하거나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지 않으면 여러모로 귀찮아진다는 것을 지금까지 삶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