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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Wave Jul 25. 2021

90년생과 X세대의 숨막히는 공존

오늘도 진행중인 직장 내 세대 간 갈등

되풀이되는 ‘요즘 것들’과 ‘요즘 어른’

세대 간 갈등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보통 '요즘 것들'이라 불리는 어린 세대는 나이 든 사람들을 고루하고 답답한 존재로 여기고, 꼰대로 표현되는 기성세대는 젊은 사람들을 철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어린애로 취급하 한다.


갈등의 정확한 기원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어쩌면  ‘어른과 아이’라는 분이 생겼을 때부터 두 집단 간 갈등은 자연스럽게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 기록이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BC 425년경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요즘 아이들은 폭군과도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을 괴롭힌다”

그리고 1311년 스페인 프란체스코스 사제였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Alvarus Pelagiu)는 당시 젊은 대학생들을 개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으로 도전한다. (중략)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

두 사례 모두 역사적으로는 까마득히 오래전 일인데 이상하게도 내용은 어제 일마냥 친숙하다. 

과연 이 말을 들었던 '당시의 요즘 것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소크라테스와 펠라기우스가 못마땅해했던 아이들못해도 연배가 지금 우리 주변 기성세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상은 될 것이다. 리고 그렇게 요즘 것들이라며 핀잔을 듣고 자란 그분들은 나이가 들어 젊은 세대를 다르게 했을까??



*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라고 말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명언을 생각해보면,

세대 간 갈등은 '나'를 중심에 두는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도돌이표 같기도 한 이 현상은 어쩌면  최근 X세대가 꼰대로 불리는 기성세대가 되었듯, 파격의 아이콘인 MZ세대 역시 언젠가 다음 세대에 의해 꼰대가 될 것이라는 반증 같기도 하다.




역대급 갈등의 서막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회사에서 세대 간 갈등을 경험했을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이라는 대립 구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듯, 직장 내 세대 갈등 역시 갑자기 툭 튀어나온 현상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그동안 기성세대에게 젊은 사원들은 가르침의 대상이자 유약한 존재로 비춰졌다. 그리고 젊은 사,

 대리들에게 차장, 부장들은 대부분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인간형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두 세대의 관계 형식상 ‘갈등’이라고 표현지만, 사실 과거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직장 내 세대 갈등은 체급이 전혀 다른 두 선수의 경기였다.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상하관계가 엄격한  구조에서 젊은 사원 일방적인 훈육과 질책의 대상이었다

("니가 뭘 알어?", "잘 보고 배워" 등등).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고, 갈등이라 부를만한 상황이 생기면 젊은 직원들은 속으로 삭히거나 또래들과 소주 한 잔 하며 풀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펼쳐지는  세대 간 갈등 양상은 이전과는 확실히 조금 다른 모양새다.


일단 '신인류'라고 표현되는 젊은 세대 90년생의 전투력이 예사롭지 않다. 90년생은 체질적으로 꼰대를 거부하며, 의사표현에도 솔직하다(물론 다 그런건 아니다). 

만약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면 참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찾는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변화된 사회 분위기도 90년생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반감, 공정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 등이 젊은 직원들에게 날개를 단 것이다.

이제 과거와 달리 어느 정도 기성세대와 진짜 싸워봄직한, 나름 견줄만한 체급이 마련었다.


물론 그에 맞서는 70년대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의 사기도 만만치는 않다. 과거 X세대로 불리며 개성 넘쳤던 그들은 기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조금씩 일선 조직을 이끄는 리더급으로 선임되며 의욕 역시 강한 상태다. 90년생 요즘 것들에 밀려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으며, 뒤에는 또 든든한 60년생 임원 코치진이 버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갈등 양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일방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패가 뻔한 경기였으나, 세력의 컨디션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요즘 기업 내 세대갈등은 기존과 다른 결과들을 보인다.




※ (라떼 주의) 그때 그 시절, 직장 내 세대차이

나와 같은 80년대생들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때에도 세대 갈등은 존재했다.

약 10여 년 전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 20대~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78.4%의 직장인이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세대차이를 느끼는 순간으로는 ‘회식 등 친목도모 행사에 대한 의견이 다를 때가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업무방식이 다를 때’, 3위는 ‘TV프로그램 이야기 등 일상적 대화를 할 때’인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에도 업무적인 부분과 일상적인 대화 모두에서 상사와 세대차이를 느꼈던 것이다.


직급을 기준으로 볼 때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한 직급은 부장급 비율이 97.1%로 가장 높았으며, 사원급은 84.8% 수준이었다.

사실 기성세대 역시 젊은 직원들에게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각자가 세대차이를 느끼는 부분은 조금 달랐다.

부장급의 경우 복장, 출퇴근 시간 등 직장생활 방식에서 가장 큰 세대차이를 느꼈으며, 사원급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가장 큰 세대차이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자료지만 큰 맥락을 보면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진데 기성세대들은  외적인 분, 복장이나 생활태도 등 젊은 세대의 기본적인 부분들이 항상 불만족스럽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모호하게 표현되었지만, 사원들은 과거부터 기성세대를 의사소통 자체가 안 되는 계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꼰대가 된 일부 70년생 선배들도 시에는 요즘 것로 분류되곤 했다).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요즘 사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기성세대는 젊은 사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갈등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밀레니얼 세대 신입사원의 특징을 조사하였는데, 이 조사결과에서 우리는 위의 물음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의 특징으로 ‘회사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를 1위로 꼽았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워라밸을 중시한다는 의견과, ‘의사표현이 솔직하고 적극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으로 신입사원에 대한 만족도를 물은 결과 평균점수는 58.7점 수준이었으며, 과거 신입사원들과 비교해 요즘 신입사원들이 만족스러운지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가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요즘 신입사원들이 부족한 점으로는 ‘근성, 인내력’이 1위를 차지하였고, ‘책임감’, ‘배려 및 희생정신’, ‘기업문화 적응력 및 협동정신’ 등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신입사원의 조직적응력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이유로는 ‘조기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회사 정책 등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서’, ‘단체 행사 등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사와의 트러블이 많아져서’와 같은 의견이 나왔다.

위의 조사는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지만, 사실 직장인들이 볼 때 사측으로 분류되는 인사담당자들과 기성세대 조직장들의 의견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의견을 확인할 때 유의미성을 지닌다.


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 내 세대갈등은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성세대는 요즘 사원들의 특성을 대부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여전히 사원들에게 조직순응과 자기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끌리지 않는 것은 당당히 거부하는 요즘 세대와 전혀 코드가 맞지 않는 생각이다.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요즘 것들

실제로 조직장급 기성세대와 인터뷰를 진행하면 사원들에게 요즘 불만이 많이 쌓였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 과정에서 듣게 된 리더들의 대표적인 의견은 아래와 같다.


예의가 없다

“옛날보다 예의가 없어진 것 같아. 그래도 회사에 들어왔으면 먼저 인사도 꼬박꼬박 해야 되는데 요즘은 옆 팀이면 인사도 잘 안하더라고. 처음에는 선배들의 얼굴을 모르더라도 회사에서 마주치면 대부분 선배겠거니 생각하고 인사를 해야 되는데 눈이 마주쳐도 그냥 지나가.”


개인주의적이다

“워라밸이 중요하고 개인적인 일들이 중요한 건 나도 알겠어, 나도 개인적으로 요즘 칼퇴하고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게 좋아.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개인적이어도 너무 개인적인 것 같아.  회사생활은 팀웍도 중요하고 단합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젊은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본인 시간을 뺏기려 하질 않아”


책임감이 없다

“회사생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옆에서 지들끼리 하는 얘길 듣다 보면 무슨 회사를 학교 동아리처럼 다닌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니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근태도 불량하고, 일을 줘도 마무리를 안 하고 대충 한다니까. 일이 진행되는지 계속 내가 확인해야 조금씩 진행돼”


불평불만이 많다

“무슨 말을 하면 그냥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게 없어. 우리 때는 선배 말이면 싫어도 그냥 듣는 게 많았는데, 요즘 직원들은 토를 많이 달고 뭔가를 재는 느낌이 들어.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듣는지 마는지 대답을 안 하기도 하고..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공격적이다

“ 요즘 애들은 인정이 없고 너무 공격적으로 반응해. 말로 풀어가도 되는 일을 혼자 생각하고 있다가 그냥 제보를 해버린다니까. 블라인드 요즘 그런 앱에 글도 많이 올리고 제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갑자기 퇴사하기도 하고 돌발행동도 너무 많아”




90년생을 대하는 70년생의 세 가지 자세

위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요즘 90년생을 대하는 70년생 리더 세대의 모습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


첫 번째 그룹은 90년생 세대와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노력형이다. 이들은 요즘 사원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진정으로는 이해되지 않더라도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서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애쓴다. 요즘과 달리 단체 회식이 가능했을 때도 소주에 삼겹살을 먹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고 점심시간 회식으로 대체하기도 하며, 매일 하던 팀 회의도  대폭 축소한다.

환경 변화를 인정하고 적응하기 위해 시간은 걸릴지언정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택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그룹은 마이웨이, 유아독존형이다.

외부 리더십 강의나 교육을 들어보면 옛날 방식의 리더십 이 범죄라고 하는데 그래도 잘 와닿지 않는다. 지금까지 본인의 업무 방식을 고수한 결과 회사로부터 인정받았고 업무 성과도 줄 곧 좋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즘 사원들이 경험이나 견문이 짧아 처음에는 본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후배들을 훈육과 가르침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이런 유형의 리더들이 최근 들어 경고나 징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회피형이다.

최근 들어 일부 조직장들은 문제가 생기는 상황 자체를 원천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제보를 통해 동료 조직장들이 경고를 받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후배 사원들과는 최소한의 업무적 대화만 나누려고 노력한다. 회식 역시 최소화하고 저녁 회식의 경우 본인은 빠지고 법인카드만 주기도 한다. 그리고 정당하게 지시할 내용이 있어도 우리 같은 중간관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가능하면 튀지 않고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젊은 직원이 바라보는 기성세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최근 들어오는 사원들 다른 세대랑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언론이나 각종 출간물에서는 90년생 또는 범위를 넓혀 MZ세대 무슨 '새로운종' 인양 과장서 표현하고 있는데, 같이 근무하다 보면 그냥 비슷하다.

지금의 리더들이 과거에는 별종라는 X세대로 표현되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당시 그들도 어른들에게 지금 MZ세대와 비슷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다만, 앞에서 얘기했지만 지금의 사회분위기나 IT 발전이 요즘 MZ세대의 특성과 맞물리며, 이들이 조금 더 솔직한 세대로 부각되고, 그 부분들이 또 이들의 가치관에 변화를 준 부분이 있어 보인다.

워라밸 강화, 주 52시간제 시행, 공정 가치 강조, IT의 일상화 등 MZ세대를 둘러싼 주변 여건들기존의 관행, 갑질에 대한 저항을 용이하게 만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면 확실히 개성 강하고 솔직하긴 하다. 이전 세대와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자기주장을 표현하는게 어색하지 않고, 어쨌든 주변 눈치 덜 본다는 사실 것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선배 욕 하는 걸 듣다 보면 가끔 "아니 이놈이 이렇게까지 솔직해??"라고 놀랄 때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솔직하고 개성 강한 요즘 사원들은 지금 조직의 리더, 고참들에 대하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뷰 과정에서 듣게 된 표적인 의견은 아래와 같다.


사생활을 침해한다

“업무적인 부분이 아니라 남의 사생활에 너무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연애에 대한 것이라든지 가족에 대한 것들을 얘기하기 싫고 불편한데 너무 생각 없이 물어봐요.”


ㆍ’요즘 것들’ 패러다임

“본인 기준에 맞지 않거나 반대되는 의견을 얘기하면 뭔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봐요. 그리고 바로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과 같은 말이 나와요.
젊은 사람들은 다 생각이 짧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 탐탁지 않아하는 것 같아 대화 하기 불편해요”


권위적이다

“조직장들을 보면 본인들이 대단한 위치에 있는냥 행동하고 대접받길 원하는 것 같아요. 대화하는 방식도 강압적이고 직원들을 깔보는 말투가 그냥 몸에 배어 있어요. 본인이 후배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행동하니까 더 꼴보기 싫어요”


무능력하다

“어떻게 조직장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실무를 잘 몰라요. 실무를 잘 모르니 정확하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도 없고 결정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이는데.. 뭐하나 빨리 결정하는 법이 없고 업무를 위한 업무를 시키니까 힘이 빠져요. 그리고 그러면서 아는 척을 더 하니 환장할 노릇이에요”


헌신을 강요한다

“자꾸 나의 개인적 시간을 회사에 헌신할 것을 강요해요. 요즘도 칼퇴 좀 하려면 눈치주고 재택근무도 본인이 불편하니까 못하게 하고. 그렇게 회사가 좋으면 본인은 헌신할 수 있지만 왜 자꾸 우리에게 헌신과 주인의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어요.




깊어져만 가는 세대 간 갈등   


CASE 1. 사원 관점

“회사에 들어와서 없던 불면증이 생겼어요. 파트장님이 회사에서 저를 부를 때마다 긴장이 되고 마주 보고 자리에 앉으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한 번 앉으면 일단 한 시간은 설교를 듣게 되고, 본인은 과거에 밤을 새우며 일했다고 은근히 압박을 주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회식에 불참했을 때는 그것 때문이라고 말은 안 하지만 업무 폭탄이 떨어지고 계속 비아냥거립니다. 그리고 더 답답한 사실은 본인도 본인의 성격이 급하고 말을 막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 같고 다행히 다른 회사에 합격해서 탈출하게 됐네요”
(사원 A (92년생, 여))

 

CASE 2 . 리더 관점

“제가 제보를 당했다니 많이 당황스럽네요. 어떻게 보면 저는 워크홀릭 입니다. 실무자일 때부터 실적을 내려고 누구보다 노력했고 그 결과 나름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조직장이 되어 일하다 보니 후배들이 너무 저의 페이스를 안 따라와 줍니다. 그럴 때면 답답한 마음에 조금 강하게 푸시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간혹 질책을 할 때도 있는데 이것은 조직장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 아닌가요? 아니 본인들은 맨날 지각하고 술을 마시고 결근하기도 하고 잘 못하는 부분이 많으면서, 그런 부분들은 그럼 감싸줘야 하고 저는 팀원들에게 말 한마디 마음대로 못하고 이게 맞는 건가요?
(팀리더 B (78년생, 남))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세대의 갈등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신입사원 일부는 기성세대의 언행을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일부는 기성세대로부터 폭언이나 갑질을 당할 경우 제보 채널을 통해 고충을 접수한다. 물론 모든 조직이 이런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세대 안에서도 성향이 다 다르고 조직마다 분위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한 두건의 갈등 사례들이 누적되다 보니, 이러한 갈등 양상이 조금씩 조직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의 사원들이 이제는 회사나 기성세대의 부당한 행동을 더 이상 이해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말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원들은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격하게 표현하면 '내가 나가거나 상대방이 나가거나'와 같은 사생결단의 자세다.

 

70년생 세대 역시 할 말이 많다. 일은 해야 되는데 사원들의 업무 집중도나 긴장도는 현격하게 떨어져 있고, 그렇다고 한 마디라도 강하게 말하면 언제 제보를 당할지 모른다. 답답한 상황이다.

차라리 회사가 정책적으로 조직장이 어느 정도까지 후배들을 코칭하고 리딩할 수 있는지 권한이나 범위를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세대 갈등 진화를 위한 회사의 노력

세대 간 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한 회사도 나름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갈등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많은 기업에서 세대 간 소통 교육을 실시한다(요즘은 비대면 교육이 많다).

교육을 통해 직원들은 특정 사례에 대해 세대별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을 듣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회사는 직급별 간담회와 같은 세대별 모임도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사원회의, 대리회의, 조직장회의 등의 모임을 정례화하여, 각 직급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업무 외적인 직급 간 모임도 장려하고 있다.

회사마다 정해진 기준이 다르지만, 직급 간 모임이 있을 때는 회사가 커피 등의 비용을 지원해준다거나 장소를 제공하는 노력 역시 하고 있다.

업무가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직급 간 어울려 얘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를 강조하기도 하고, 결과물도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조금 더 나아가 사원급 젊은 직원이 임원들에게 요즘 트렌드를 가르치는 역멘토링 시스템도 있다)


지금은 어려워졌지만 사내 동호회 활동 장려도 세대 간 갈등을 감소시키는 회사의 정책 중 하나이다. 스포츠, 문화활동, 재테크 스터디, 봉사활동 등 직원들은 직급과 상관없이 선호하는 활동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어울린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강조하는 활동도 잊지 않는다. 계층이나 세대와 관계없이 임직원들이 공통으로 삼아야 하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세대 간 공감을 증대시키고 동시에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부여하는 것이다.



* 많은 직장인들이 느끼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여러 활동들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 연결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직원들도 교육이나 기타 활동을 통해 생각이 다름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사실은 배우고 있지만, 마음으로 깊게 와닿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기업에서 행하는 대부분의 세대소통 활동들이 근본은 바꿀 수 없는 요식행위, 겉치레식 활동으로 흐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세대 갈등을 바라보는 회사의 고민

앞에서 설명했듯 최근의 직장 내 세대차이는 직원들 간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직원들의 퇴사나 징계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결국 기업문화와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다.

조직문화나 세대 간 소통을 담당하는 부서 입장에서는 사실 답답한 상황이다.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문제의 원인이 정확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해결책 역시 뜬구름 잡는 요식행위로 흐르게 된다.

여러 외부 강의나 컨설팅이 있긴 하지만, 듣고 보면 이마저도 일시적인 효과를 주거나 단기적인 강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도 이제는 세대 공감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면 기대감이 없고 귀찮아하는 반응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쪽 편만 들 수도 없다. 물론 90년생을 필두로 한 젊은 직원들의 주장은 이해가 간다. 사회적으로 워라밸과 개인의 삶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기성세대는 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디다. 일부는 아직도 수직적인 시절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후배에게 원시적인 리더십을 사용하는 경우 더러 있다.

그리고 조직장 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불합리한 업무관행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문제제기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일 수 있다.


한편으론 회사 입장에서는 기성세대의 문제제기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

일단 요즘 사원들은 상대적으로 회사라는 조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보인다.

옛날처럼 출근 시간 30분 1시간 전 먼저 와서 업무를 시작하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5분 10분 지각하는 것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규정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업무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한다.  요즘은 입사할 때부터 이미 PC오프 시스템이나 유연근무 환경이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야근을 해서라도 오늘 나의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다. 오늘 못하는 일은 내일 하자는 마인드가 강하고, 업무 시간에도 퇴근 이후의 생활에 더 큰 관심이 있어 보인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원들의 행동이 답답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 인격수양에 따라 과격한 언행이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제보가 신경 쓰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상적인 상황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한 발씩 양보하는 모습일 텐데, 글을 적으면서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요행.. 아마도 많은 회사들의 조금은 비겁하지만 현실적인 요즘 고민, 모습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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