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박람회 간접체험하기!
그곳에 가면 결혼식에 대한 온갖 정보를 다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웨딩박람회란 기본적으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샵+메이크업샵)를 선정하는 장이다. 남자친구가 보여준 블라인드 화면을 보니 100여 명 중 6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웨딩박람회가 별로 도움이 안 되니 가지 말라는 데에 투표를 했다. 웨딩플래너들이 편하게 구경할 수 없도록 하더란 말도 있었다.
나아가 우리가 원하는 웨딩박람회는 계산기 두드리고 견적 받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전시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둘러보고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모습의 웨딩박람회가 아니라면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메이크업 무료 시연과 웨딩드레스 무료 피팅 이벤트가 있는 코엑스 웨딩박람회를 발견했다. 분명히 일주일 전의 코엑스 웨딩박람회에는 이런 이벤트가 없었는데 1년에 2회 정도는 평소보다 예산규모를 늘려서 이런 이벤트(대박람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웨딩박람회 광고는 참(?) 재밌다. (= 답답하다)
패키지 특가를 누르면 내가 알고 싶은 정보(스드메 각각의 업체)는 안 나오고 박람회 초대장 신청하라고 나오고, 식대할인 및 무료시식 이벤트를 눌러도 마찬가지다. 어디를 누르더라도 박람회 초대장 신청 칸으로 이동할 뿐 정확한 정보는 사전에 알 수가 없다.
특가나 이벤트에 대한 상세안내를 박람회장에서 플래너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라고 유도하지 말고, 차라리 처음부터 어느 업체와 어떤 상품 구성인지, 웨딩홀 잔여타임 대관료와 할인된 식대가 얼마인지를 공개한 뒤에 '오직 박람회에서 계약 시 특전'임을 명시해 두는 방법도 있지 않나.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다.
어쨌든 웨딩박람회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초대장 신청을 누르면 빠른 시일 내에 또 웨딩플래너에게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연락이 온다(선 전화, 후 문자메시지). 우리는 웨딩홀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웨딩박람회를 가는 거라 스드메 계약에는 관심이 없었고, 추후 메이크업샵과 드레스샵 선정에 참고할 수 있게끔 웨딩드레스 무료 피팅과 메이크업 무료 시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웨딩드레스 무료 피팅과 메이크업 무료 시연은 '사전예약 필수'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담당 웨딩플래너에게서 전화 왔을 때 문의했더니 따로 예약하는 절차는 없다고 했다. 웨딩드레스 무료 피팅과 메이크업 무료 시연은 열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진행되는데, 일요일에는 토요일보다 방문객이 적은 편이라 다섯 시까지 입장하더라도 피팅 및 시연을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안내받았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메이크업 무료 시연은 당일에 메이크업샵을 계약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었고, 드레스 무료 피팅 또한 여러 군데 상담을 받은 기록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었음을.
일요일 오후 늦게 남자친구와 코엑스 웨딩박람회장에 들렀다. 입장한 시각은 약 16시 20분. 입장 시에 담당 플래너 성함을 기재하고 간단한 안내를 받는데,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스드메를 먼저 구경하고 나서 플래너에게 견적 상담을 받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즉, 플래너를 만나기 전까지 스튜디오와 드레스샵, 메이크업샵 부스는 정말 원하는 대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견적 상담을 위해 스드메 종류별로 업체 두 군데씩은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입구에는 각 업체를 대표하는 듯한 웨딩드레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드레스존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스드메 부스가 시작되었다.
✅️ 이곳 웨딩박람회의 장점은 박람회 참가 업체들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나오며, 부스에서 각 업체 담당자들과 상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앨범, 드레스샵 앨범 구경하고 메이크업 상담받고 다녔더니 시간은 벌써 다섯 시가 넘었다. 처음 들른 메이크업샵 담당자는 내 긴 머리를 보며 굳이 헤어피스를 붙일 필요는 없어 보이고 웨이브를 넣으면 기장이 더 짧아 보이니 머리를 더 기르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두 번째에 들른 메이크업샵 담당자는 내 머리카락이 가늘어서 헤어피스를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주로 단독룸 여부와 테스트 메이크업(데모 메이크업)에 대해 문의했고, 이어서 메이크업 무료 시연은 플래너와 상담(계약) 후 가능한 것으로 안내받았다.
스드메 존을 나가자 박람회 안내 직원분들이 담당 플래너에게 우리를 데려다주려고 했다. 우리의 담당 플래너는 마침 이미 상담 중이라 예복, 예물 등 다른 상담을 받으며 기다려야 했고, 전화번호를 남긴 뒤에 우리는 그렇게 반 강제적으로 예복집 부스에 앉아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딱 그 부스가 에어컨 바람이 직빵으로 내리찍는 자리였는지 너무너무 추웠고 하루종일 추위에 떨었을 직원분도 너무 안쓰러웠다.
예복집 부스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와 에어컨 바람이 덜 오는 자리를 찾아 들어가서 앉아있었는데 도저히 몸이 녹지 않았고 전화는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그럴 바에 입구 쪽 드레스존에 가서 드레스 구경이나 더 하고, 스드메 부스도 더 돌아보자고 했지만 정작 입으로는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춥고 배고파서 상담까지 못 기다리고 박람회장을 나왔다.
약 두 시간 반 정도의 코엑스 웨딩 대박람회 후기는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드메는 정말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스드메 개별 업체마다 일제히 가격을 노출하지 않으며, 통합 견적은 플래너가 상담해 준다.
스드메 이외의 것(예복, 예물, 한복, 신혼여행 등)은 스드메와 달리 호객행위가 있다.
플래너와의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예복 등을 상담받도록 안내해 준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가계약 압박이 심하다고 하는데, 예복집의 경우 가계약을 유도하기는 하나 강요는 없었다.
우리 커플은 웨딩홀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스드메 계약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견적 상담도 필요 없었다. 스드메를 보러 다닐 때 업체별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본식 날짜와 식장이다. 즉, 웨딩홀을 계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굳이 웨딩박람회를 갈 필요가 없다. 그래도 한번 박람회를 다녀와보니 스드메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백지상태보다는 나아진 것 같아 어쨌든 이 웨딩박람회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선 플래너를 끼고 결혼식을 준비할지, 플래너 없이 결혼식을 준비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오늘에야말로 웨딩플래너의 지도 하에 스드메 계약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웨딩박람회 추천.
그런 건 아니고 이제 막 결혼준비를 시작하려는데 뭘 잘 모르겠어서 구경만 하고 싶은 거라면 매주 열리는 소규모 웨딩박람회는 비추천하고, 참여 업체에서 직접 포트폴리오를 들고 나와서 개별 부스에서 상담을 운영하는 웨딩박람회는 추천한다. 메이크업 샵에서 무료 시연을 해주거나 웨딩드레스/예복 피팅 및 사진 촬영(리허설 체험)존을 운영하는 코엑스 웨딩 대박람회는 연 2회 개최된다.
박람회장에서 메이크업 무료 시연은 계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므로 시연을 받아본 뒤에 업체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드레스샵은 드레스투어로 해당 샵의 드레스를 피팅해 볼 수 있고, 스튜디오는 포트폴리오대로 사진이 찍히겠구나 상상할 수 있는데 메이크업샵은 포트폴리오를 본다 해도 이게 화장빨인지 모델빨인지 구분이 어려워서 시연 없이 계약하는 건 너무 복불복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메이크업샵 고르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물론 여러 업체에서 데모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메이크업샵을 결정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
따라서 웨딩박람회에 가더라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적당히 쳐내도 될 것 같고, 가계약을 걸더라도 취소 시 환불수수료가 없는 곳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