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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Jun 25. 2021

인도의 회사 문화

How India works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 주재원과 교포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도인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로 데리고 있는 직원, 거래 기업의 담당자, 공무원 등에 대한 불만이다. 기한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꼼꼼하지 않아 일을 믿고 맡길 수 없는데, 말은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도 사람이 바라보는 인도인은 어떨까? 'How India Works'라는 책은 인도인이 인도 직장인의 정서에 대해서 쓴 글이다. 책을 보다 보면 과거의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꽤 있다. 서양인의 시각으로는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나 동양인이 보기에는 이해될만한 점도 많다.  


회사 내 위계질서    


인도 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작은 일을 가져와 결정해 달라고 하거나, 어떤 일을 주면 알아서 하지 못하고 단계마다 다음에 무엇을 하면 되는지 물어보는 경향이 있다. 인도인들은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무엇이든지 상사에게 물어보고 확인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도 위계질서가 강하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인도 직원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도록 하려면 작은 의사결정은 과감히 위임해 주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직위명도 중요한데, 인도 회사의 직위 단계는 보통 15개이고 2년마다 직위가 올라가야 본인이 정체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직원과의 관계


인도인은 회사 내에서도 개인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친화적이고 정이 많다. 그래서 자신을 친하게 대해주는 상사를 좋아하고 잘 따르려고 한다. 한국도 회사 내에서 형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인도 사람들도 비슷하다. 서양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억지로 의례적으로 하는 행동은 티가 난다. 작더라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일과 가정


인도의 직장인은 대체로 일과 개인생활의 구분이 없다. 일에서 정체성을 찾고 회사의 직위를 사회적 지위와 동일시하며 자랑스러워한다. 인도 사람들이 돈만 따진다는 평이 있는데 회사에서의 승진도 돈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록 승진이 급여와 무관해도 그렇다. 그래서 일을 오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그렇다 보니 일을 하는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높지 않다. 퇴근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대신 중간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 업무로 전화를 받아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회사 동료와 저녁식사를 하면 일에 대해 토론을 한다. 회사 일이 삶의 전부라서 친구가 회사와 거래처에만 있는 사람도 많다. 다만 요즘에는 개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대화 방식


인도 사람들은 남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 자기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를 자주 벗어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 직장 상사의 지시를 받고 알겠다고 한 뒤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질책을 받게 되면 이런저런 변명을 한다. 애초에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서일 수 있고, 일단 지금 상사나 고객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성과 평가


인도 직원들은 성과 평가에 민감하다. 특히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십 가지의 이유를 댄다. 인도인은 직장이 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일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평가가 저조하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발하는 것이다. 


시간 개념


인도 사람의 시간 개념은 우리와 다르다.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2분 후면 도착한다는 사람이 1시간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바로 보내준다는 이메일도 며칠씩 걸리는 게 다반사다. 인도인은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회사 미팅이 있는데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늦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인도의 열악한 대중교통과 도로 사정, 관공서의 느린 일처리도 시간 개념을 흐리는 원인이 된다. 


임기응변


선진국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명확하다. 그러나 인도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런 환경에 익숙한 인도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강하다. 대신 정교한 계획을 만들거나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는 약점을 보인다. 


협상 자세


인도 기업은 일단 가격을 깎는다. 기업뿐 아니라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무엇인가 구매할 때 깎는다. 단지 경제적인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니라 가격을 깎아야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잘 샀다고 만족한다. 가격에 집중하다 보니 품질과 사후 서비스는 덜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인도 기업과 협상할 때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요구사항을 쏟아내서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정말 모든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부적으로 요구사항에 대해 사전 조정이 안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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