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카르마가 낳은인도상인이야기
철학과 요가의 나라로만 희미하게 알려져 있는 인도가 올해 코로나로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체를 태우는 연기가 자욱하고 강물에 시신이 떠내려가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야말로 생지옥이고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인도의 참모습일까. 코로나가 갑자기 퍼지면서 2-3주 간 의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락다운을 실시하고 겁을 먹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코로나 확산세는 급격히 진정됐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백신 제조국이라서 접종자도 4억 명에 가깝다.
이 기간에 인도 사람들은 국제뉴스가 보도하는 인도의 모습에 당황했다. 자기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용케도 잡아내 마치 인도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들은 '인도는 못 사는 나라'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내면서 조회수를 올렸다.
언론이 뉴스를 팔기 위해 대중의 고정관념을 자극하는 전략의 피해자는 인도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되면 해외언론들은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의 고층빌딩 숲과 평화로운 사람들의 일상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다.
'인도상인 이야기'라는 책은 우리의 고정관념과 다른 지금 인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1990년대 중반에 인도에 주재원으로 있은 뒤 20여 년만에 다시 인도에 근무하고 있다.
20년 전의 인도는 전기가 하루 3-4시간만 들어오고 식수를 받기 위해 급수차에 줄을 섰다. 아마 우리들이 상상하는 인도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도가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뉴델리, 뭄바이 같은 대도시는 고층빌딩과 쇼핑몰, 고급 아파트가 즐비하다. 사람들은 우버 택시를 타고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결제한다. 아마존에서 식료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 준다.
글쓴이는 인도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한 데에는 인도인의 상인 DNA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3대 상인 집단으로 유대 상인, 중국 화상과 함께 인도 상인이 꼽힌다고 한다. 유대인과 중국인은 워낙 유명하지만 인도 상인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른다.
인도를 대표하는 상인 집단은 타타그룹을 일군 파르시 가문, 검약과 금욕의 상징인 자인 가문, 3천 년 간 상인의 길을 걸어온 바니야 가문, 금융과 이커머스를 지배하는 마르와리 가문이 있다.
이런 상인 가문들의 약진에 힘입어 인도의 경제 규모는 이미 세계 7위 수준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들 역시 오래전부터 인도에 공을 들여왔고 매년 판매액을 갱신 중이다.
물론 우리와 비교하면 인도 14억 인구의 상당수는 여전히 가난할 것이다. 그러나 20년 전에 못 사는 나라였던 중국이 지금은 미국과 첨단기술을 놓고 경쟁하고 있듯이 인도도 지금 추세대로라면 거대한 인구와 국토, 3천 년 간 쌓아온 상인 DNA를 이용해 세계 최강국의 대열에 합류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