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우선순위
진짜 하나님 때문일 줄이야.
연애 초 오빠는 결혼에 대해 4가지 선택지를 주며 어떤 게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에 가장 밀접하냐고 물었다. 결혼식, 혼인신고, 동거, 아이 이렇게 네 가지 키워드였고, 그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나는 ‘순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은 형식이고, 신고는 절차고, 동거는 꼭 결혼이 아니고도 할 수 있는 개념이니 부부 사이의 결실인 ‘아이’가 가장 유력한 답이었지만, 혼전순결이란 가치관으로 인해 선뜻 그렇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혼전임신이 혼수라고 얘기할 만큼 부끄럽게 여기기보단 트렌드처럼 여기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듯하지만 내겐 중요했다.
혼전순결주의자인 것이 꼭 종교 때문만은 아니었다. 보수적인 가정환경과 스스로의 성격도 요인이었지만 오래도록 유지해 온 만큼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은 확고했다. 이것을 지켜야 되는 이유에 대해 혼란이 올 때도 있었고, 할 수 없이 지키는 율법 같은 부분도 있었지만 말이다.
남편과 교제를 시작하고 결혼을 한 뒤에도 우리의 부부관계는 딜레이 되었다. 법적으로는 혼인신고를 결심하기까지,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을 진짜 우리 가정의 주인으로 모시기 전까지. 그동안 하나님은 내 마음을 감찰하셨던 것 같다. 하나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분이다. 혹 율법을 지키는 동기가 자기의는 아니었는지, 육체적 순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순결한 신부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하게 하셨다.
부부의 정의
하루는 또 진탕 싸우고 이런저런 논쟁들을 하다 지쳐 잠자리에 누웠다.
오빠는 밤에 먹지 말래도 꼭 말 안 듣고 아이스크림이랑 차가운 음료를 먹더니 새벽에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다. 평소 같으면 한 두 번 갔다 오면 괜찮아지는데 세 번 넘게 나가는 오빠를 보며 덜컥 겁이 나서 거실로 나왔다.
“왜 그래, 큰 탈 난 거 아니야?”
싸울 땐 언제고 이 사람 아파서 죽는 건 아닌가 화를 낸 나 자신이 죄스럽고 걱정이 돼 울먹였다.
가끔 이렇게 상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다.
“낮에 다래끼 난 거 안약 넣어서 그런 거야”
라고 안 우는 척했지만 안약이라기엔 너무 많이 흘렀던,
그런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갑자기 며칠 전 주소지 변경 때문에 정부 24에 들어가 신청서를 작성하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동거인으로 체크하라며 반려당한 건이 있었는데, 그때 엄청 씩씩 거리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물었다.
“동거인이 그렇게 싫어? (그럼 얼른 신고하던가)”
“응 싫어, 동거인 검색해 봤어?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을 의미하며 가족이 아닌 사람을 동거인이라고 분류한대. 우리가 왜 가족이 아닌데! 결혼식도 다 한 진짜 부부인데!”
“같이 사는 사람 부부 아니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사는 게 부부야!”
그때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펑펑 울며 내가 정한 부부의 정의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그 후 우린 혼인신고를 마쳤고 법적으로도 정식 부부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의 절차적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자면, 교회(신앙) 문제 선해결 연애단계에서 해결되면 가장 베스트, 중요한 게 확정된 뒤 고백(프러포즈 등)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결심하는 단계, 확신이 선 후에는 그 뒤 법적 절차는 자연스러울 것이고, 결혼식은 나와 상대방의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 앞에서 사랑의 서약을 선포하는 것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함께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가는 단계, 그리고 아이 출산까지의 과정이다.
사람에 따라 어떤 부분은 생략될 수도, 순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은 0순위가 되어야 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풀리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결혼의 가장 큰 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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