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힘을 주어 들어보는 일
요즘 나는 다이어리에 매일 있었던 일을 적으면서, 한 가지 작업을 더 추가했다.
내가 어떤 일이든 두려움을 넘어서 두근두근 용기 내어한 일에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용기’라고 동그라미 안에 적는다.
용기라는 단어는, 어쩐지 거대한 일들을 적어야 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나의 용기 동그라미를 받는 행동들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쉬워서 ‘으응? 이게 용기야?’라고 할지도 모르는 그런 일들.
어떤 강좌를 신청하고 배우러 갔다.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무언가를 물어보았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페이스북 친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어딘가에 신청서를 냈다.
이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는다.
이런 것들.
이렇게나 아주 사소하고 작은 나의 용기들을 적고, 그 옆에 용기 동그라미를 그려둔다. 작은 용기들을 기억하고, 언젠가 더 큰 용기를 내기 위해서.
용기를 낸다는 것은 실상 ‘불편한 곳’에 나를 두고, 불편함을 견디는 일인데, 어느 순간 내가 불편한 용기를 내기보다는 편안한 곳에서 따뜻하게 숨고만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다시 상처 받을까봐 두렵고, 거절당할까봐 두려웠다.
‘이 안전한 나의 숲에, 나의 공간에 있으면 아마 나에게 다시 그런 일들은 찾아오지 않을 거야. 나는 안전할거야.’
‘그러니까.... 아무 것도 하지마.’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언젠가 깨달았다.
팔에 힘을 주어 들어보는 일
‘팔을 힘없이 한번 들어 올려봐요’
어느 날 요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모두 축 늘어진 힘없는 팔을 들어 올린다)
‘무겁죠?’
(정말 천근만근 무겁다)
‘이제 팔에 힘을 주어서 한번 들어 올려봐요.
그러면 팔이 가벼워져요’
(오! 정말로 가벼워진 팔!)
내가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 힘을 내면, 이 동작을 할 수 있고, 심지어 가볍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하루하루 몸으로 배워갔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내가 일상에서 작은 도전들을 해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그래도 될만한 때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이런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해
‘나 오늘 공연 보고 온 거 페이스북에 썼다?’
이어 나는 신랑에게 나의 용기 동그라미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나에게는 이런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해.
그래서 용기 동그라미를 그려주고 있어’
‘.... 그래서, 나는.... 매일 분주해.
숨고 싶어 하는 나를 격려하고,
아주 사소한 두려움을 넘어
하고 싶은 것을 용기 내서 하고,
다시 시작하느라...
아주... 바빠.’
왠지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
토닥토닥하며 잠에 들었다.
내일은 용기라는 이름의 작은 동그라미를
더 많이 그리는 하루를 보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