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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Nov 23. 2021

재미있지 않은 샘의 한문 수업

수업 마치고 본교무실 가는 길. 어느 반에 왁자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연륜 있으신 선생님 말씀이 명랑하게 교실을 채우고, 옆반에선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아이들 눈망울이 칠판에 쏠립니다. '내 수업 땐 안 그랬는데...' 부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가끔 웃으나 재미있지 않은 제게 한문 선생으로 살아가는 일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교생실습 때도 남몰래 앓았고 수업 잘하시는 선생님들 보면 그 교실 학생이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축복을 얻은 대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안 잘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뜻깊게 가르칠까?' 초임 때 숙제는 늘 현재진행형입니다.

진지한 기질은 고치기 어렵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교직 첫해부터 수업일기 쓰면서 학생들이 재미있어한 부분을 메모했고 학습활동지 만드는 데 좀 더 공을 들였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자주 불러 주면서 더 가까워진 만큼 하고 싶은 말들을 당당하고 즐겁게 풀어내는 순간이 늘었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깨닫게 됩니다. 잘 안 되는 부분보다 잘하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다듬어야 함을. 그럴 때 잘 안 되던 부분도 콩나물 자라듯 아주 조금씩 자라 간다는 것을.


지난 수업일기 한자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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