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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Mar 04. 2022

우리가 함께 오를 봉우리는

이번 방학 때 일이 많았습니다. 막내가 유치원 가는 동안 큰 아이들 돌보면서 1, 2학년 한문과 부교재를 편집했습니다. 학습활동지는 작년 자료에 필순 넣고 올해 상황에 맞게 다듬는데 한문 수업 설명서 정리하는 게 큰일이었습니다. 아이들 목소리를 더 많이 담고 싶어 등교수업 기간에 종이로 받았더니 글이.....!


'조금만 쓸까?' '학기말 수업하면서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고민고민하다 내용이 겹치는 글은 한곳으로 모으고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어 쓴 말은 최대한 넣었습니다. 학년말에 다른 부서 남은 예산으로 만드느라 1월 안에 무조건 마쳐야 합니다. 인쇄소 사장님께 2학년 한글파일 먼저 드리고 이틀 뒤에 1학년 마무리하니 꼬맹이 치과 갈 시간.


2주 뒤에 책을 받았습니다. 교무실 자리가 어찌될지 몰라 수업용 카트에 두 학년 책 400권을 옮겼습니다. 새학기 첫 시간에 위생장갑 끼고 아이들에게 한 권 한 권 나누어 주면서 작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제 수업뿐만 아니라 선배들이 써 준 글,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까지. 2학년은 선배들의 설명서를 한곳에 모으고 1학년은 첫 시간 자료에 짧게 요약한 다음 책 곳곳에 '쉬어가기'처럼 실었습니다.


김민기의 <봉우리>를 좋아합니다. 책 편집 마무리하던 날 노트북 화면이 <봉우리>와 꼭 닮아 보였습니다. 한 사람은 위에서, 다른 한 사람은 아래에서 손 맞잡고 함께 오르는! 올해 한문 수업은 저뿐만 아니라 선배들까지 마음 모았으니 후배들에게 '함께' 오를 봉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외울 게 많은 과목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최선을 찾아가며 함께 공부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교과서 뒤에 엎어 놓은 종이는 선배들의 한문 수업 설명서입니다. (따뜻한 글 고마워!)

* <봉우리>(김민기)

https://youtu.be/_Mmh-U-BF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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