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마치고 본교무실 가는 길. 어느 반에 왁자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연륜 있으신 선생님 말씀이 명랑하게 교실을 채우고, 옆반에선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아이들 눈망울이 칠판에 쏠립니다. '내 수업 땐 안 그랬는데...' 부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가끔 웃으나 재미있지 않은 제게 한문 선생으로 살아가는 일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교생실습 때도 남몰래 앓았고 수업 잘하시는 선생님들 보면 그 교실 학생이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축복을 얻은 대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안 잘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뜻깊게 가르칠까?' 초임 때 숙제는 늘 현재진행형입니다.
진지한 기질은 고치기 어렵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교직 첫해부터 수업일기 쓰면서 학생들이 재미있어한 부분을 메모했고 학습활동지 만드는 데 좀 더 공을 들였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자주 불러 주면서 더 가까워진 만큼 하고 싶은 말들을 당당하고 즐겁게 풀어내는 순간이 늘었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깨닫게 됩니다. 잘 안 되는 부분보다 잘하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다듬어야 함을. 그럴 때 잘 안 되던 부분도 콩나물 자라듯 아주 조금씩 자라 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