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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un 18. 2022

정중동(靜中動) : 소소한 노력들

눈빛만 봐도 아이들이 조용해지는 교사, 수업이 재미있어 눈 맑은 학생들이 그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선생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둘 다 쉽지 않음을 한 해 두 해 깨달으면서 수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 갔습니다. 중학교에 오면서 아이들을 빨리 앉히고 45분간 오롯이 집중하게 하는 일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 보았지만 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사모임에서 선배 선생님이 "내가 말을 줄이면 아이들도 조용해져요." 종 치고 제가 와도 시끌시끌하면 말없이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빠르면 1~2분, 늦어도 3분이면 교실이 차분해집니다. 교과서, 학습지 다 폈는지 확인하고 인사하고 수업을 엽니다. 한참 공부하다 마음쓰이는 부분이 보여도 말을 아낍니다. 모든 시간에 다 통하는 건 아니지만 열 오를 일이 줄었습니다.


요즘은 종 치기 1분 전쯤 교실에 들어갑니다. 수행평가 준비하고 진도 맞추느라 시작한 일이 작은 습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아직 종 안 쳤어요. 찬찬히 자기 일 하세요." 숨 고르고 출석부 싸인하고 수업 시간마다 붙이는 좋은 글도 미리 찾아 둡니다. 못 온 학생은 진도표에 파랑색 펜으로 이름과 이유를 씁니다. (수행평가 연습한 날 못 온 학생 챙길 때 한눈에 보입니다.) 뜻깊은 순간이나 잊고 싶은 기억은 공책에 간단하게 메모합니다.


정중동(靜中動)을 좋아합니다. 고요한 듯 차근차근 움직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소소한 노력이 선한 영향으로 열매맺는 수업이길 바랍니다.


* 정중동(靜中動) : 조용한 가운데 어떤 움직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퇴근길에 학교 앞 하늘을 담아 갑니다. (202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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