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과 <송인>

by 스마일한문샘

"선생님, ㅇㅇ이 오늘까지만 하고 전학 가요."

"진짜? 만우절 이벤트 아니고?"

"ㅇㅇ로 간대요. ㅇㅇ이 위해 좋은 한시 하나 읊어 주세요."

0반 분위기 메이커 ㅇㅇ이. 아이들의 아쉬움이 교실에 묻어납니다.


잠시 생각하다 정지상의 <송인(送人)>을 외웁니다.

"비 개인 긴 둑에 풀빛이 짙은데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까?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에 더해지니.

한문으론 이렇습니다.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한데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라.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고?

별루년년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라."


"비 개인 긴 둑에 풀빛이 짙은데. 오늘 날씨죠. 대중가요나 드라마에선 비 오는 날 이별이 많은데, 어떤 날은 맑은 날 이별이 더 짠하기도 하답니다.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 옛날 중국에선 남포라는 곳이 이별하는 곳의 상징이었어요. 고려 시대에 평안도에도 남포라는 곳이 있는데 그 남포에서 그대를 보내니 슬프다는 뜻입니다. 남포라는 말에 두 가지 의미를 다 담았습니다."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까? 갑자기 대동강 물이 왜 나올까요.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에 더해지니. 마지막 구절 때문에 이 시가 유명해요. 그대를 그리워하는 내 눈물이 푸른 대동강 물에 더해지니 대동강 물은 마르지 않을 거다. 그만큼 내 슬픔이 크고 깊단 말이겠습니다. 마지막 구절을 세 번 반복해서 "우헐장제초색다한데 송군남포동비가라. 대동강수하시진고? 별루년년첨록파라. 별루년년첨록파라. 별루년년첨록파라." 이렇게 읊기도 한답니다."


"오늘 급식 메뉴 아세요?"

"몰라요."

"불러 드릴게요. 기장밥."

"아~"

"쇠고기미역국."

"우와~~~"

"실곤약야채무침."

"......"

"치킨피자토핑."

"우와~~~~~"

"배추김치."

"아~"

"에그타르트."


"ㅇㅇ이에게는 우리 학교 마지막 급식이겠어요. 맛있게 먹고 새로운 곳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가끔 친구들에게 연락도 하고요."

쉬는 시간에 ㅇㅇ이에게 싸인을 받았습니다.

작년 이맘때 옮겨 썼습니다. (202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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