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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워실의바보 Nov 26. 2023

할 수 있는 게 지랄뿐입니다만.

아르바이트 하는 50대 여성 노동자들

50대 여성인 미자는 무릎이 약하다. 그런데 미자는 엄청 무거운 것을 들고 무릎을 포함해 생전 안 쓰는 근육을 많이 쓰는 일을 한다. 매일 출근이 어려운 이유다. 미자는 4년 동안 일하면서 무릎이 다 망가졌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무릎 주사를 맞으러 가고, 가끔 검정색 무릎보호대를 왼쪽 무릎에 차고 일한다. 어느 날은 그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갔다고 했다. 오후가 되니 그가 나타났다. ‘늦게’ 라도 출근을 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벌어가는 게 나으니까.


미자는 최저시급을 못 받는다. 그런데 일하면 자기 돈 들여서 병원 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 병원에 가면 출근을 못해서 일당을 못 받는다. 돈을 못 벌면 그 날쓴 병원비, 교통비 빼면 마이너스다. 아무도 출근을 강제하지 않지만 출근을 해야 한다. 일 하다보면 다시 무릎 주사를 맞으러 가야 한다. 잔인한 악순환이다.


‘성격 더러운 대한민국 아줌마‘인 50대 여성들은 남자 사장을 이겨 먹는다. 무거운 거 조금만 더 들라는 사장한테 아프다고, 못 들겠다고 지랄지랄을 한다. 간단한 작업할 때도 왜 따라와서 감시하냐고 짜증을낸다. 그들이 가진 건 그뿐이다. ‘지랄할 권리’. 할 수 있는 건 그뿐이다. ‘지랄’. 중국인 노동자들은 절대 그럴 수 없으니, 이것도 특권이라고 해야 하나. 귀 따가운 ‘지랄’ 을 들은 60대 남자 사장이 마치 아빠처럼 한 마디 한다. “아픈 애들이 많으니 내가 의사를 해야겄어”. 그 말에 미자를 포함한 모두가 웃었다. 그들은 다시 무거운 것을 한 가득 들어야했다. 바뀌는 건 없었다.


그 남자 사장처럼, 최저시급도 안 주면서 일을 막 부려먹고, 노동자 움직이는 속도까지 감시하고 지적하는 사람을, 사회는 ‘악덕 업주’ 라고 부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악덕 업주는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세상 선량한 얼굴로, 드센 아줌마들에게 쩔쩔매고 의사가 되야겠다는 농담도 한다.


일은 매일 있는데,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언제든 안 나올 수 있는 업종 특성상 노동자는 귀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노동조건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미자를 포함한 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런 일자리도 감사해 한다는 것을 사장은 너무 잘 알고 있을 테다. 나쁘게 말해서 ‘지랄쯤이야‘ 듣고 잘 반응해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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