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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워실의바보 Nov 10. 2022

80대 노인을 일하게 만드는 사회

제천시 노인 일자리

제천 노인 일자리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역량 부족으로 망한 취재지만, 그때 했던 생각들을 기록해본다.


제천 노인 일자리 취재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장애등급을 가진 '장애인'은 아닐 뿐,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여성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먹고살기 바빠서 또는 잘 몰라서 신청을 못했을 뿐이었다.


빈곤과 장애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난해서 젊었을 때부터 억척스럽게 살아야 했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결과 신체적 장애를 얻었다. 충분한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었더라면 노인들이 억척스럽게 살지 않아도 되고 건강을 돌보며 살았을 것이다.

80대 여성 노인과 인터뷰가 끝나고 집까지 바래다 드렸다. 그분은 몇 초 걷다가 허리를 붙잡고 쉬다가 다시 걸어갔다. 복지관 코 앞에 있는 집에 가는데 함참이 걸렸다. ​이런 분이 어린이집 청소를 하러 30분을 넘게 걸어가야 한다. 버스를 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27만 원이라는 적은 월급 때문에 버스비가 부담된다. 버스가 있어도 갈아타야 하고 내려서는 또 성치 않은 몸으로 몇 백 미터를 걸어야 한다. 출근을 해서는 어린이집 청소를 한다. 열심히 닦는다. 일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이기 때문에 그분은 정말 억지로 일한다고 했다. ​


80대 노인들이 일하게 만드는 사회가 정상적인 걸까. 죽으라고 등 떠미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 일자리가 아니라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연금이 필요하다. ​복지관 직원들은 “그래도 감사하다고 하던데요?” 라고 했다. 정말 감사한 게 아니다. 이 것 외에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적은 돈을 줘도 감사할 수 밖에 없다. 27만원에 감사하게 만드는 사회. 재계약 안 될까봐 불안해서 잠 못들게 하는 사회. 한국 사회는 노인들을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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