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은 2002년 제임스 프리먼이 설립한 커피 전문 체인점으로, 미니멀한 콘셉트와 함께 천천히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블루보틀만의 철학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기업이다.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 네임에는 ‘커피 영웅’ 게오르그 콜쉬츠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683년, 터키 군대는 유럽의 동부와 중부지역을 휩쓸고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침공했다. 절망에 빠진 비엔나 시민들은 터키군의 포위망을 뚫고 폴란드군에 구원 요청을 할 밀사가 필요했다. 이때 터키어를 할 수 있었던 게오르그 콜쉬츠키는 터키군으로 위장해 임무를 완수했고, 덕분에 오스트리아는 터키군을 물리칠 수 있었다. 터키 군대는 황급하게 퇴각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왔던 모든 것을 남겨두었는데, 그중에서 이상한 콩이 담긴 자루가 발견되었다. 수년간 아랍에서 살았던 콜쉬츠키만이 그것이 커피라는 것을 알았고, 콜쉬츠키는 그의 업적으로 비엔나 시에서 받은 상금으로 이 원두를 사들여 중부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차렸다고 한다. 그곳은 ‘푸른 병 아래의 집’이라고 불렸다.
블루보틀 창업자 프리먼은 쿨치스키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브랜드명을 ‘블루보틀’이라고 짓고, 커피 영웅 콜쉬츠키의 블루보틀이 319년 만의 부활했다는 스토리를 내세웠다. 이 콜쉬츠키 이야기는 회사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 섹션(Our story)의 2/3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블루보틀 창업자는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여유’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고, 이를 핵심 가치이자 고유한 철학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커피 한 잔을 내릴 때에도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잔마다 최선을 다해 여유롭게 내리는 시스템을 선택했다.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도 있는 시스템이지만, 사람들은 블루보틀의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서서 긴 시간을 기다린다.
사람들이 기꺼이 기다리면서 블루보틀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블루보틀이 커피 한 잔에 담은 ‘여유’라는 가치를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가치는 블루보틀 창업자 브리먼의 창업 당시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더욱 굳게 자리 잡았다. 2002년 8월 제임스 프리먼의 사업은 약 5평 정도의 창고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고객들이 최고의 풍미를 가진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로스팅한 지 48시간 미만의 커피 만을 팔 것이며 또한 가장 질 좋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믿을 수 있는 커피콩 만을 사용할 것이다.”
이 말은 블루 보틀 커피 홈페이지 ‘우리의 이야기’에 쓰여있다. 소비자들은 창업자의 이야기에서 ‘신뢰’와 ‘여유’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단순히 커피를 사는 것이 아니라 블루보틀만의 그 스토리와 메시지를 사게 되었다.
블루보틀만의 미학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은 바로 ‘비움’이다.
블루보틀의 카페 공간은 커피를 마시는 데에 방해되는 요소를 최대한 비워내고 최소한의 것으로 채운다.
한 번은, 원래 전기 공장으로 사용했지만 방치되었다가 레노베이션 후 카페로 활용했는데, 이때 특정 공간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남겨두었다. 마감재를 의도적으로 뜯어내 노출한 콘크리트 자재에는 언제 쓰였는지 모를 글씨가 쓰여있고, 철재로 만든 옛 계단과 녹슨 내벽들도 필요에 따라 남겨두기도 했다. 이렇게 공간에 남겨진 이야기의 보존은 지역민에게 신뢰를 얻으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블루보틀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과 지역민을 연결하는 공감의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블루보틀 카페는 시각적으로 튀지 않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고수한다. ‘무색’에 가까운 회색을 주로 사용하고, 설명 또한 메뉴명과 오픈 시간을 표시한 것이 전부이다. 이 공간에서 고객은 커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바리스타에게 물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 직접적이고 능동적인 관계 맺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서, 블루보틀은 반대로 불필요하거나 눈을 자극하는 것을 비우고, 비운 공간에 스토리와, 관계의 온기를 채워 담는다.
블루보틀 커피의 홈페이지에는 지역 매장 별 소개글이 쓰여 있다. 이 글에는 기능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대신 친근한 어투로 매장이 위치한 지역만의 역사와 분위기, 해당 매장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스토리, 그리고 메뉴의 특성을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스토리는 특별한 사진이 없어도 각 공간의 캐릭터가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그려지며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이렇게 블루보틀은 각 매장 고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개성과 이유를 갖추는 데에 집중한다.
한편 블루보틀의 브랜딩 팀, 콘텐츠 팀, 마케팅 팀은 공동의 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달력으로 계절에 따라 색상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양한 블렌드의 맛을 창의적으로 표현해내도록 기획한다. 또한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커피 산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마케팅을 한다.
블루보틀 로고에는 따뜻함이 있다. 심플한 하늘색 보틀 모양의 로고는 미니멀리즘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돋보이고,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블루보틀 CEO 브라이언 미한은 이 로고가 지닌 온기가 약 20년 동안 자신들이 쌓아온 이야기를 사람들이 로고와 연결 지으면서 생긴 '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넘치는 정보들 속에 지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비움’을 통한 ‘여유’의 가치를 선물해준 블루보틀만의 따뜻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