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중력을 위하여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켜고 쇼츠를 올려댄다. 순식간에 수많은 영상을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딴생각을 하는 내 머리통이 가여워서일까? 무언가에 두세 시간 집중하던 때가 언제였나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터치 몇 번에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세상에 익숙해졌다. 그만큼 몰입하는 시간도 줄었다. 그럴 때마다 스마트폰을 탓했다. 안다. 핑계다. 알고리즘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휴대폰을 들여다보도록 제 역할을 잘하고 있을 뿐, 편리한 자극에 이끌려 자제력을 내다 버린 건 다름 아닌 나다.
편리함은 과정을 생략하고 단숨에 결과를 만든다. 효율적이다. 그만큼 공허하다. 한 땀 한 땀 결과를 빚어내는 과정의 온기가 없다. 정말로 두려운 건 이 허무함과 냉기에 익숙해지는 내 모습이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만큼 사라지는 과정. 이제 불편함은 선택이고, 불편함이 만드는 몰입은 능력이 됐다. 그래서 결심했다. 집중력을 찾아 나서기로. 수면 잠옷 2벌, 속옷, 칫솔, 치약, 로션 1개와 미술 도구들. 간단하게 짐을 챙겨 서울을 떠났다.
- 스마트폰 잘 가고, 불편하게 그림 그리기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여과지를 꺼내 드립커피를 내렸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가 포트를 채우는 동안 샤워를 하고 챙겨 온 잠옷을 입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아이패드로 끄적이는 편리한 낭만 대신 두툼한 수면 양말, 담요와 미술 도구를 한 아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마침 불편하기 딱 좋은 날씨다. 커피잔에 가득 채운 얼음이 후회되지 않을 만큼 바람 한점 없는.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드로잉북을 꺼냈다. 휴대폰이 없으니 사진도 없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음악 대신 새소리를 들으며 그림에 집중했던 2시간.
살짝만 움직여도 휙휙 변하는 시점
장인정신으로 그려내는 지붕무늬
자세한 관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하는 몸뚱이
여기저기 미술 도구를 펼쳐놓는 불편함이 만드는
몰입, 과정, 이야기.
오래간만에 발휘한 집중력, 참 뿌듯하네.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든다. 손가락질 하나 제어하지 못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인간이라니. 근데 뭐 어쩌겠나? 그게 난데.
거슬러 올라가야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그런 세상에서 눈감는 날까지 함께 할 동반자는 나다. 나를 위해, 행복하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불편함을 찾아 나서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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