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19. 2024

마감의 마감

https://groro.co.kr/story/9547



 제목을 ‘마감의 마감’으로 할까, ‘꾸역꾸역’으로 할까, ‘작가 흉내 내기’로 할까 고민하다 지금 제목인 마감의 마감으로 결정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뭐 조금 더 마음 가는 대로 정했을 뿐이다.



 최근 글쓰기가 싫다는 글을 계속 쓰고 있다. 이번 글도 같은 맥락의 글이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같은 소재와 주제로 글을 쓰고 있고 그 내용 자체가 어찌 보면 징징거리는 이야기가 거의 전부이다 보니 읽는 사람 입장에선 좀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누구 읽으라고 쓰는 글이 아니고 푸념과 신세한탄 정도를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가 닿지 못할 불특정 한 누군가에게 전달할 뿐이니 누구라도 운 없게 받아들이는 쪽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인간은 참 신기하게도 나쁜 건 가르치지 않아도 잘 배운다. 아이를 키워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하지 말라는 것만 기똥차게 잘한다. 성인이라고 다를 게 없다. 글을 쓴다고 작가가 꿈이라고 그래서 노력한다고 하면서 작가들의 가장 안 좋은 습성 중에 하나인 마감에 임박해서 글을 쓰는 정해진 마감도 미루는 습성을 가장 확실하게 배운 것 같다. 이 습성에 한정하면 나는 확실히 작가가 맞다.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과 약속을 한 부분이 있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꼭지의 글을 쓰자는 약속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는 써야 되지 않겠나 하는 글쓰기 모임의 대장님의 고언에 따라 그렇게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모임에 참여한 지 1년을 훌쩍 넘어 2년을 향해 가고 있다. 매주 두 꼭지의 글을 지금까지 계속 써 왔다. 단 한 번도 밀린 적은 없다. 오히려 내 페이스에 맞춰 일주일에 서너 꼭지의 글을 쓴 경우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들어 일주일 중에 글을 쓰는 요일이 급격히 뒤로 밀리고 있다. 전에는 딱히 의도하지 않고 일주일 7일을 적당히 나눠 늦지 않게 글을 썼다. 다소 늦더라도 발행을 해서 공유하는 시점이 늦으면 늦었지 그전에 미리 글을 다 쓰고 퇴고라면 퇴고를 조금 하고 아니면 김치도 아닌데 적당히 숙성 기간을 거쳐 올리느라 늦어진 경우였다.



 요즘은 이렇다. 월요일은 그냥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다. 전날인 일요일 마감에 글을 부랴부랴 써 올린 압박에서 벗어난 첫날을 그야말로 만끽하는 날이다. 화요일은 아직 주 초반이기 때문에 괜찮아 내일 쓰면 되지 하면서 쓰지 않는다. 그 내일인 수요일은 아직 주 중반이고 무엇보다 너무 귀찮아, 7일 중에 아직 반도 아닌 3일이 지났을 뿐이야 하면서 다른 헛짓거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목요일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슬슬 불안해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불안해한다는 거지 아직 글을 쓴다는 건 아니다. 금요일이 되면 주말을 앞두고 있는 날이라 주말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그야말로 꾸역꾸역 한 꼭지의 글을 쓰게 된다. 그리고 토요일은 보통 뭔 일이 생긴다. 없어도 일을 만든다. 그럼 일반적으로 몸이 피곤하게 되고 결국 글을 쓰지 못한 상당한 불안을 피곤함으로 끌어안고 아 몰라 어떻게 되겠지 하고 그냥 쓰러져 잔다.



 그리고 지금 일요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나머지 한 꼭지의 글을 정말 억지로 쓰고 있다. 월요일로 넘어가는 12시가 되기 전 발행을 해서 공유를 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감을 코앞에 둔 그야말로 프로 작가처럼 글을 쓰고 있다. 동시에 내일부터는 미리미리 써야지 하는 절대 지킬 수 없는 약속도 함께 한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작가의 이전글 실수실패일상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