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19. 2024

실수실패일상미래

https://groro.co.kr/story/9505



 1년 인가 2년 전에 아니면 3년 전에 실패에 대한 글을 연재 형식으로 쓴 적이 있다. 유년시절부터 삶 속에서 한 무수한 실수, 실패 들 중에서 굵직한 사건 몇 가지를 시간 순서로 엮어 냈다. 기억에 의하면 그 글은 20대 초반의 사건에 멈춰 있다. 원래 의도는 20대가 되는 순간 까지를 1부, 이어서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까지를 2부로 삼을 계획이었는데 계획은 계획답게 실천에 이르지 못하고 아직 계획으로 남아 있다.



 이번 글은 내 삶 속의 여러 실수, 실패를 엮었던 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원래대로 한다면 20대 초반 이후의 사건부터 쓰기 시작해야겠지만 훅 건너 뗘서 가장 최근의 실수였지만 실패로 귀결된 하지만 나름 일상으로 자리는 잡은 그럼에도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건너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조만간 다시 쓸 예정이다.(예정이다.)



 글을 본격적으로 처음 쓰기 시작한 2020년 8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이상한 확신에 차 글을 쓰면 뭐가 될 것 같다는 망상에 빠져 글을 제대로 쓰기 전부터 하던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귀결될 실패의 서막이 열리는 선택일 줄은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아 몰라 글 쓰고 싶어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썼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여하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말리고 싶다.



 인간들은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매번 가정을 한다. 나 역시 특출 날 거 없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그런 아쉬움이 그득그득 담긴 가정을 늘 하곤 한다. 그때 왜 글을 쓰겠다고 나댔을까? 아니 글을 쓰겠다고 나대는 거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왜! 손톱만큼의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하던 일을 먼저 정리한 거냐 이 말이다! 그 선택이 불어난 눈덩이가 돼 지금 현재 매일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있는데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코로나로 세상이 하 수상하기도 했고 아내가 임신을 해서 하던 일을 정리하기도 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왜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글을 쓰겠다고 나댄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당시에 눈이 돌아 그렇다 치지만 아내는 왜 그때의 나를 응원해 줬을까? 응원을 해준 아내를 원망하는 그런 양아치는 아니고 그저 순수한 의문이 들뿐이다. 나를 정말 사랑해서? 나를 존중해서? 내가 남편이라서? 나를 믿어서? 아내가 그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응원을 해 줬건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 봐 줬건 간에 뭐 하나 제대로 보답이 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의미도 없는 돌릴 수도 없는 가정이나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기가 찰 따름이다.



 더 웃긴 건 이딴 것도 소재랍시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결론적으로 명확하게 이야기한다면 나의 글쓰기는 실패다. 실수였던 순간의 선택이 결국엔 실패가 됐다. 역시 다시 한번 하등 쓸데없는 가정을 해 보자면 하던 일을 정리하지 않고 일기나 일단 써 보자 하는 마음으로 깨작거리다 포기했으면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는 돈을 받아가며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위 아닌 자위를 해 보자면 실패인 글쓰기가 귀찮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정도다. 글을 쓰면서 나를 찾고 나를 알아 가고 세상에 바른 쓰임을 찾길 바라며 덤으로 책이라도 팔리면 좋겠다는 과대망상에서 어느 정도 깨어난 것도 나름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다. 일주일에 부득부득 두 꼭지 정도의 글을 쓰면서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삶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나중에라도 내 삶을 돌아볼 때 나름 나침반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어느 정도의 의미는 있겠다 하고 합리화를 해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글을 쓰려고 한다.(아직은) 요즘은 정말 매일 매주 어떤 소재로 무슨 내용의 글을 쓸까 고민하는(고민만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금요일이나 돼야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매일 매 순간 글을 그만 쓸까? 아니, 그만 쓰자! 하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다짐은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나름 길다면 긴 시간 써온 관성에 의한 건지 혹시 또 혹시 정말 진짜 소가 뒷걸음치다 뭐 하나 밟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뭐 어떻게 되긴 되겠지 하며 글을 쓰고 있고 쓰려고 한다.



 뭐 썅 아니면 말고!

작가의 이전글 글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