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28. 2024

그야말로 식물일기

https://groro.co.kr/story/9799



1. 임파첸스와 네모필라

지난해 6월 정도에 그로로팟을 통해 심었던 임파첸스와 올해 1월 정도에 역시 그로로팟을 통해 심은 네모필라다. 임파첸스는 아직도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고 잊을 만하면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피워내고 있다. 한 집안의 자식으로 따지면 맏이 격이다. 맏이답게 믿음직스럽게 잘 살아 주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네모필라는 셋째인데 여느 집 셋째 딸처럼 귀하게 자라진 못했지만 귀하고 청초한 파란색 꽃은 잘 피워내고 있다. 식집사라는 놈이 뿌리는 죄다 뜯어 땅에 묻어 버리듯이 심었는데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반문하듯이 잘 버텨주고 있다. 역시 자연을 흙을 네모필라를 믿은 나 자신을 믿은 내 선택이 옳았다.(잘 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남 탓을 하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2. 바질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바질을 키우게(?) 됐다. 아마 기억에 의하면 그로로팟 2기의 식물이 바질과 라벤더였을 거다. 그때 난 라벤더를 선택했다. 잊을 수가 없다. 정식이 아닌 객원 멤버였지만 여하튼 받은 라벤더 씨앗을 발아는 100% 시켰지만 관리 부족으로 홀랑 다 죽여 버렸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죽은 라벤더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죽었어도 향은 나는 구나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갑자기 바질은 무슨 바람이 일어서 키웠는가? 그야말로 식집사로서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바질 씨앗을 사서 파종을 한 건가? 아니다. 그 정도의 식집사는 절대 아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어느 날 유치원에서 바질 키우기 키트를 받아 왔다. 보는 순간 그래도 뭐라도 해 봤다고, 나름 식집사 흉내 낸다고 이리 줘 봐! 아빠 틔운까지 있는 사람이야! 심어서 키워 줄게 하면서 받아 들었다. 마음만은 당장 해 주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미루다 언제 해 줄 거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안 그래도 지금 하려고 했다는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하며 뭉그적뭉그적 씨앗을 심었다. 작은 봉투에 그대로 흙을 담고 심는 거라 어렵지 않았다. 심은 이후에 생각보다 발아가 늦나 싶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작은 싹들이 귀엽게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할 수 있는 오만 오바를 하며 아이에게 싹을 보여 주고 물을 줘 가며 관리를 했는데 그로로팟 4기의 적환무를 심는 동안 딸아이가 자기도 자기 싹 본다고 왔다 갔다 하다 봉투 화분을 엎어 버렸다. 다행히 작은 싹들은 별 탈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그로로에서 받은 작은 화분에 남은 바질 씨앗을 다시 심었다. 화분에 예쁘게 싹이 올라오면 다시 보여 줘야지 하고 있는데 그 작디작은 씨앗을 이번엔 조금 깊게 심었는지 영 싹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발아 실패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3. 적환무

그로로팟 4기의 식물 적환무다. 이사 오면서 생기는 작은 화단에 심고 싶었으나 미루고 미루다 그로로에서 제공해 준 화분에 심었다. 일단 이전의 화분보다 큰 화분이라 그런지 작업하는 과정이 뭔가 조금 더 수월하고 하는 맛이 났다. 씨앗도 이전의 식물들보다 커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여하튼 상당히 뒤늦은 파종을 했지만 씨앗은 제대로 된 녀석들이었는지 파종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바로 싹을 드러냈다. 적환무도 무라 그런지 그 싹은 그냥 딱 무순 같았다. 아니 무순 같은 게 아니고 무순이지. 무순을 좋아하는 편이라 뜯어먹고 싶었지만 목적은 바알간 무를 뽑아 보는 거였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사진은 모두 사나흘 전에 찍은 사진들이라 지금 모습은 조금 더 자란 모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숙성이 됐을 적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