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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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겠는데 마땅한 내용이 없어 일기를 쓴다. 글을 쓰기 위한 몇 가지 주제 혹은 소재가 있긴 한데 아직 덜 영글었다. 보통 물건, 상황, 기분 등등을 통해 소재거리를 찾고 그 소재를 통해 나름 느낀 부분을 주제로 잡아 글을 쓰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은 온전히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 작은 눈덩이 하나를 살살 굴린다고 해야 되나? 이리 굴렸다 저리 굴렸다,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다 저렇게 풀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같은 내용으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방향이 살짝 틀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기도 한다. 여하튼 그런 과정을 통해 충분히 영글어서 마치 과일이 다 익어 떨어질 거 같은 순간에 글을 쓴다. 그럼 봇물 터지듯이 글이 써 내려져 간다. 아! 물론 그렇게 쓴다고 내 글이 좋은 글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나란 사람의 개인적인 글을 쓰는 과정의 일환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지금 머릿속에 굴리고 있는 내용은 이 세상이 너무 신기하다는 것과 내가 글을 어떻게 쓰는지 정도다. 아직은 풋내가 나는 과일 같은 이야기지만 조만간 다 영글어 쓸 예정이다. 다음 주나 혹은 그다음 주 아니면 아예 썩어 문드러져 그냥 땅으로 떨 굴 수도 있다. 해서 정말 꼭 써야만 하는 이야기는 반드시 미루지 말고 바로 써야 한다. 글쓰기 소재는 아끼면 똥이 되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기 때문이다. 휘발성도 무진장 강해서 오늘 파바박 하고 떠오른 이야기가 내일이면 꿈처럼 사그라질 수도 있다.
뭐 여하튼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역시 또 잡설이 길어졌다. 일기니까 이런저런 거 대충 되나 가나 아무거나 쓰는 거지 하면서 이어 본다. 주말에 일을 한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능력이 부족해서 주말에 일을 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 주말에도 열심히 일을 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난 주말에 일을 좀 안 했으면 한다.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일을 참 많이 했는데 그때는 정말 일주일 7일 내내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나발이고 계속 일을 했다. 급여는 적잖이 들어왔지만 내 몸을 갈아 넣은 결과라 그렇게 기분이 좋지만도 않았다. 아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급여는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때는 일이 많아서 주말에도 일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3분의 2 정도밖에 일을 하지 않음에도 주말에 일을 하고 있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어찌 됐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능력이 부족해 주말에 일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있어 평일이면 8시에 일어나야 한다.(참고로 난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나는 일을 하고 있다.) 주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난 일이 있어 한 시간 정도 더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나름 불문율 같은 게 생긴 거 같다고 아내의 동의 없는 나만의 생각을 해 본다.
오늘도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9시 정도에(정확히는 뒤척이다 9시 30분 정도에) 일어났는데 너무 피곤했다. 지난 주중에 아이가 기관지염이 있어 유치원에 가질 않았다. 그럼 오전부터 일을 하는 아내대신 내가 아이를 집에서 봐야 한다. 그렇게 아이를 보다 아내가 오면 나는 일을 하러 나가는데 이게 솔직히 너무 힘들다. 아이는 아프건 말건 그야말로 에너자이저다. 유치원에 가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빠르게 낫기 위해 집에 머무는 거라 아이의 컨디션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평소와 다름이 없다! 아이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에게 놀이를 제안한다. 아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아빠 이 놀이하자 저 놀이하자. 정말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의 생명력은 진짜 대단한 거 같다.
경찰 놀이(난 늘 도둑이다.), 병원 놀이(환자기도 하고 의사가 되기도 한다.), 유치원 놀이(딸아이랑 친한 친구를 맡는다.), 콩순이 놀이(난 밤이다.) 뽀로로 놀이(난 늘 포비다.), 폴리 놀이(난 로이다.) 슈퍼 영웅 놀이(난 늘 악당이다.), 숨바꼭질, 가위바위보, 비행기 날리기, 마트 놀이(난 보통 계산원이다.) 등등등 이루 말할 수 없고 셀 수 없는 놀이를 그야말로 계속 이어서 한다. 내가 중간중간 쉬거나 피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집안일을 하는 순간이다. 잠깐만, 아빠 설거지 좀 하고, 빨래 좀 돌리고, 빨래 좀 널고, 밥 차려 줄게 등등등... 아쉬운 건 놀이의 가짓수에 비해 집안일의 가짓수가 적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상황은 아이가 낮잠을 자는 경우인데 유치원을 가고 난 이후로 커서 그런 건지 낮잠을 자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좋은 대안은 영상을 보여 주는 거다. 콩순이부터 시작해서 뽀로로, 폴리, 타요 그리고 유튜브에 있는 귀여운 고양이나 토끼 영상 등등(아직 하츄핑은 잘 안 보여 주고 있다. 나이대가 조금 안 맞는 거 같다. 물론 아이는 보고 싶어 한다.) 보여 줄 건 많은데 잘 안 보여 주려고 한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이에 대한 계획이 없었을 때부터 우린 집에 TV가 없었다. 지금도 당연히 없다. 영상 시대라 영상을 100% 막을 순 없지만 가급적 늦게 적게 보여 주려고 애를 썼다. 위에 열거한 여러 만화들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씩 늦게 보기 시작했다. 해서 너무 힘들 때 이 영상을 보여 주면 1시간 정도는 옆에서 내가 잘 수 있다. 하지만 나름 아내와 지켜 온 소신이라는 게 있어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런 엄마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도 무작정 영상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는다. 해서 이 좋은 대안은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보다 일을 하러 가면 정말 너무 힘들다. 아이를 사랑하고 내 아이니까 책임감을 갖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지만 힘든 건 어쩔 수가 없다. 여름에도 폐렴에 걸려 근 한 달을 유치원에 가지 않아 정말 죽다 살아났는데 아이는 기침을 하다 나와 아내는 아이를 보다... 이번에도 기관지염으로 일주일 정도를 집에서 나와 시간을 보냈고 어쩌다 보니 나는 밤에 잠을 조금 늦게 잤고 환절기라 비염이 올라와서 그런지 어젯밤은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름 약속한 글쓰기와 책 읽기가 있어 일을 마치고 들어 와 비몽사몽간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잤더니 오늘 아침에도 피로가 온전히 해소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나를 위로해 주려는지 아내가 저녁에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해서 동네에 있는 고기뷔페에 가서 고기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들어 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짧은 독후감도 하나 써야 되는데 그것마저 쓰고 오늘도 빨리 자야겠다. 아 머리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