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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28. 2024

하늘을 봐요.

https://groro.co.kr/story/11998



 ‘가을 하늘 공활空豁한데 높고 구름 없이~’

우리 애국가 가사 중 일부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가사다. 다른 노래도 아닌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인 애국가 가사에 가을 하늘은 공활하고 높고 구름 없다는 표현이 나온다. 가을을 상당히 대표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표현이란 소리다. 맞다. 가을 하늘은 아주 높고 맑아서 넓어 보이기까지 한다. 다소 불안정한 하늘을 보여 주는 여름이 지나가고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불어 닥치는 태풍도 잦아들면 가을 하늘은 구름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 높고 더 맑고 더 넓어 보인다. 그런 하늘을 안 보면 어떤 하늘을 봐야 할까?



 사실 하늘은 언제 봐도 괜찮다. 아니 우린 언제나 좀 하늘을 의식하면서 봐야 된다. 나도 그렇지만 안 그래도 높은 하늘에 비하면 턱 없이 작은 인간들인지라 땅만 보기 바쁜데 스마트폰이라는 요물이 생기면서 더더욱 하늘을 안 본다. 그나마 자연의 일부라 할 수 있는 땅도 이제 안 보고 스마트폰만 보고 걷는다. 오죽하면 스마트폰만 보고 걷는 의식도 없는 좀비 같다고 해서 ‘스몸비 smart phone zombie’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예전에는 그나마 땅이라도 봤는데 이젠 스마트폰 속의 다른 세상만 보고 있다. 그래서 계절을 막론하고 우린 의식적으로 억지로라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좀 봐야 된다. 다른 거창한 의미 등은 차치하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목을 들어 하늘을 좀 봐야 된다. 그래야 목도 좀 풀고 눈도 좀 쉴 것이다.



 그런 하늘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다름 아닌 가을이다. 가을 하늘은 그 어떤 계절의 하늘보다 바라보기 좋은 하늘이다. 그야말로 맑고 푸르고 더 나아가 높고 넓다. 너무너무 보기 좋은 하늘이다. 제발 좀 봐 달라고 외치는 하늘이다. 생각해 보면 가을과 다소 비슷한 느낌을 주는 봄이라는 계절과 하늘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거 같다. 꽃샘추위로 정신이 없다가 훌쩍 더운 여름으로 넘어가서 그런 건지 하늘을 볼 새가 없다. 사실 봄은 하늘보다 땅을 바라보는 계절이다. 대자연의 생명이 약동하는 시기다.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을 보는 기쁨이 하늘을 보는 마음을 압도하는 거 같다.



 여름 하늘은... 생각하지 말자. 너무 강렬하다. 여름 하늘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분명 좋은 하늘이다. 아니 나쁜 하늘은 없다. 생명의 근원인 태양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하늘이다. 하지만 너무 적나라하다. 다가가고 싶지만 가까이하고 싶지만 너무 뜨겁다. 녹아 없어질 이카루스의 날개 같은 게 없어도 너무 뜨거우니 다소 거리를 두는 게 좋다. 그래야 오히려 오래 볼 수 있다. 그리고 변덕이 심한 하늘이다. 이랬다 저랬다 갈피를 잡기 힘든 경우도 있다. 세상 밝다가도 세상 어둡게 화를 내기도 하는 하늘이다.



 겨울 하늘은 너무 차갑고 날카롭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리고 코가 시린 하늘이다. 무정하다. 태양이 멀어 그런지 공기가 차갑다. 차가운 공기가 시선을 거두라고 종용한다. 날이 추우니 정신 차리고 몸을 감싸라는 배려인 거 같기도 하다. 부족한 인간이라 그런 큰 뜻은 모른 채 너무 춥다고 너무 시리다고 빨리 봄이나 왔으면 좋겠다고 혹은 지나간 한 여름에는 그렇게 덥다고 투덜거렸으면서 두 계절 뒤의 여름 하늘을 찾곤 한다.



 그래서 가을 하늘이 가장 보기 좋다. 바라보기 편한 하늘이다. 풍성한 하늘이다. 옹졸한 사람도 큰 뜻을 품어 봄직한 그런 하늘이다. 또 아는가? 가을 하늘을 자주 보면 옹졸한 사람의 그 옹색한 마음도 가을의 풍성한 대지처럼 많은 걸 품어낼 수 있는 가슴이 될지... 그러니 하늘을 보자. 가을 하늘을 보자. 물론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나쁜 하늘은 없다. 계절을 막론하고 하늘은 좋다. 다만 굳이 비교하자만 하늘 보는 걸 잊어버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보기 수월한 하늘을 찾자면 그게 바로 가을 하늘이란 소리다. 그러니 우리 가을 하늘을 보자. 점점 짧아지는 가을 하늘을 만끽하자.



 Winter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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