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roro.co.kr/story/12450
역시 쓸 이야기가 마땅치 않아 정말 일기를 쓰려다 조금 방향을 틀어 내가 쓴 글을 한 번 돌아보는 글을 써 보려 한다. 초반에 쓴 글은 노트북에 저장을 했지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거의 그대로 복사 붙이기 해서 다 올렸기 때문에 내가 쓴 모든 글은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기준으로 설명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거 같다.
글을 쓰기 시작한 처음부터 생각했고 브런치의 프로필을 정리하면서 보다 명확하게 정립을 한 글의 내용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남자가 살아온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였다. 별다를 거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을 테니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물론 지금 시점으론 결과적으로 기대는 그저 기대에 그쳤을 뿐이다. 딱히 공감을 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 같다. 문제는 주제나 소재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힘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한 거 같다. 조금 더 확장해 이야기해 보면 재능과 연결되는 부분인데 글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은 했으니 공감을 해 주길 바랐지만 그건 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니 공감을 해 주건 말건 글을 썼다.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은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을 썼다.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담은 글도 많이 썼다. 물론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이야기도 역시 썼다.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혹은 이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글도 썼다. 그야말로 ‘살아온, 살고 있는, 살아갈’ 이야기를 썼다. 뭐 대충 후려쳐 이야기하면 아무 이야기나 막 썼다는 소리다.
아무 이야기지만 나름 하나로 묶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반대로 그렇게 묶어 여러 이야기를 써 보고 싶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써 보고 싶은 순수한 마음도 있었지만 책을 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편의 글을 쓸 수도 있어야 했다. 다행히 브런치에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는지 브런치북과 연재 기능이 있었다. 브런치북은 하나의 큰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편의 글을 그야말로 책을 내듯이 묶어 낼 수 있는 기능이고 연재는 역시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편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이어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처음에는 그냥 별생각 없이 이야기를 썼고 쓰다 보니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있는 분량이 나와 브런치북으로 묶었다. 이어서 처음부터 이런 주제로 글을 써 보자 하고 묶어 낸 브런치북도 있다. 연재는 별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별 관심이 없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동일한 주제로 글을 써내기가 부담스러웠다. 누구 하나 꾸준히 봐주는 사람이 없다 할지라도 일정한 주기에 맞춰 계속 글을 써내야 한다는 연재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뭐 그럼에도 최근 들어 한두 가지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긴 했다. 다만 딱히 일정 주기를 지켜 글을 써 올리진 않고 있다.
지금 현재 브런치에 올린 글이 569편이다. 아주 짧은 것부터 해서 꽤 긴 글까지 올라가 있다. 이 글이 올라가면 570번째가 된다. 묶어 놓은 브런치북을 보니 학생들 학습과 관련한 내용이 하나 있고 직접 꾼 개꿈을 나름 해몽한 이야기가 있다. 한 때 바리스타로 일했던 이야기와 살아온 삶 속에서 실패한 이야기를 묶은 브런치북도 있다. 외국의 어떤 박사가 인간관계와 관련한 질문을 한 게 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글도 있다. 두 달 후면 네 돌이 되는 딸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 신나게 여행을 다닌 이야기와 소소하게 키운 식물 이야기 그리고 아주 짧은 글(문장)을 모아 놓은 브런치북도 있다. 뒤늦게 시작한 연재는 딱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
적지 않은 꽤 많은 글을 썼고 브런치 공모전에 혹시라도 로또가 되듯이 당선이 될까 싶어 묶어 놓은 브런치북도 여덟 권이나 된다. 이쯤 되면 책이 하나 나왔어도 벌써 나왔어야 되는데 오히려 내 글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브런치에 올린 글 기준으로 한 500편 정도 올라왔을 때 이거 뭐 카테고리 잘 묶어 내면 책 한 권은 나오지 않겠어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점점 갈수록 한 권도 안 나오겠는데... 그럴 만한 이야기가 없는데 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글쓰기와 관련한 능력은 일천한 거 같다. 그렇다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 유명한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천금 같은 조언을 따라 열심히 써 봤다. 열심히 썼다는 부분이 어느 정도 객관적인지는 따져 봐야 하지만 4년 동안 써 놓은 그래서 브런치에 올린 글의 편수가 570편이라는 점은 객관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 거 같다. 계산해 보니 일주일에 두 편 이상은 썼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정도면 열심히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아닌가?)
그런데 의구심이 든다. 다작을 하면 정말 죽어라 열심히 쓰면 괜찮은 글이 써지고 책으로 묶으면 잘 팔릴까? 결론은 아닌 거 같다. 일주일에 두 편 정도가 아니라 네 편 더 나아가 일주일에 일곱 편 그러니까 매일 쓴다면 어쩌면 결과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글쎄... 현재로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 500편을 넘어 600편에 육박하는 글을 전부 훑어보면 분명히 관통하는 무언가가 최소한 하나는 있을 거란 생각은 분명히 드는데 이게 사실 훑어보는 게 영 만만치 않아 미뤄두는 점도 재능 여하를 떠나 책을 못 내는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 전업 작가들이 내놓은 책을 읽다 보면 아... 과연 내가 이 정도의 글을 써서 묶어 책을 낼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써 놓은 책을 읽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평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떤 평을 하건 간에 내가 이 정도의 글을 쓸 수는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늘 동일했다. 최근에 읽고 있는 판타지 소설도 이야기 흐름이 상당히 쫀쫀하고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나 대화도 아주 매끄럽다. 그림 하나 없는 책인데 간혹 아니 생각보다 자주 책을 읽다 웃겨서 피식피식 웃게 된다. 외전까지 하면 총 11권이고 각 권마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데 재미있게 읽으면서 문득문득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게 이게 노력으로 되는 건가? 아니야 분명히 재능이 있어야 해 하는 생각이 아주 그냥 강렬하게 든다.
약간 다른 길로 새보면 대한민국은 노력만 하면 모든 게 다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노력공화국이다. 이 글에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에 잠깐 새 본 건데 성공한 사람들이 다양한 매체에 나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여러분 노력만 하면 죽어라 노력만 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집니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재능 따위 상관없이 그저 죽어라 노력만 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질까? 아니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관련 분야의 어떤 학문을 연구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당당하게 그건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왜? 우리 인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우린 아무렇지 않게 모두 다르다고 그래서 개성이 중요하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개성이라는 부분이 뭘까? 남들과 다른 어떤 특정한 점이라고 건조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남들과 다른 어떤 특정한 점이라는 건 그것 자체로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 혹은 능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남들과 다른 개성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재능에 노력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거다. 그냥 되나 가나 노력을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에디슨의 그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성공을 위해선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린 소위 이 명언을 너무나도 어이없게 반대로 해석했다. 얼핏 들으면 1%의 재능 따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99%의 노력만 채우면 성공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사실은 노력을 죽어라 해서 99%를 채운다 한들 1%의 영감이 없으면 이도 저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노력을 강조한 노력을 강조해야지만 했던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의 상황과 모습 때문에 어쩌면 세뇌를 당한 걸 수도 있다.
물론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선 분명히 99%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중요한 게 사실이다. 다만 이렇다 할 재능이 없는데 99%의 노력만 죽어라고 해서 안 될 게 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내 개성이 뭔지 그 개성이 발현된 재능과 능력이 뭔지 찾는 게 우선 급선무다. 노력은 일차적으로 그걸 찾기 위한 노력이 돼야 하고 이차적인 노력은 찾은 재능을 발현시킬 수 있는 노력이 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은 그저 막무가내 되나 가나 식의 노력은 희망고문의 부산물일 수밖에 없다.
간혹 정말 자신의 개성과 재능 그리고 능력 등이 뭔지 모르고 되나 가나 죽어라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예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몰랐지만 노력이라는 걸 하다 보니 어! 이거 하다 보니까 되네? 아하! 이게 내 능력이구나 하는 경우 아니면 의지를 갖고 죽어라 노력할 수 있는 그 자체를 재능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옆으로 샌 이야기 같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글쓰기라는 부분에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써도 이렇다 할 의미 있는 책 한 권 묶어 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또 4년 더 나아가 10년, 20년 글을 쓰면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글 자체가 매끄러워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거나 의미 있고 좋은 글의 필수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참 좋아하는 표현이다. 좋아하는 가수인 김현철의 노래 제목이기도 해서 더 좋아하는 표현이다.) 지난 글에 이어 지금 할 수 있는 건 쓰는 것 밖에 없어 재능이나 능력이 있고 없고는 잘 모르겠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 일기를 쓰듯이 숙제를 하듯이 글을 써 보려 한다. 다시 한번, 꾸역꾸역.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1-math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2-dream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3-coffee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3-quest1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5-mis1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6-travel1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7-groro
https://brunch.co.kr/brunchbook/tharos8-left1
https://brunch.co.kr/magazine/storywolf-math
https://brunch.co.kr/magazine/storywolf-miss
https://brunch.co.kr/magazine/storywolf-gr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