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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고 있는 몬스테라 꺼뭉이가 두 번째 찢잎을 펼쳤다.
그리고 내 손가락도 찢어졌다.
최근 마음이 상당히 정신 사나웠다.
사랑해마지 않는 딸아이가 가끔 서운한 말을 할 때가 있다.
다른 뜻은 분명히 없다. 그저 어려서 그렇다.
이제 겨우 만 5살을 향해가는 아이가 무슨 뜻이 있으랴.
그저 너무도 당연히 엄마가 더 좋을 때인 아이가
별 뜻 없이 엄마를 더 생각하다 보니 나오는 말이리라.
그럼에도 분명히 나오는 말이고 부족한 아빠인 나는 가끔 서운해한다.
그렇다고 그 서운함을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순 없다.
해서 그 마음을 적당히 삭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며칠 전엔 아내와 싸우기도 했다.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 갈수록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해서 싸우면 가급적 바로 화해를 하려 애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하지만 싸움 뒤의 감정은 바로 가시진 않는다.
진득하게 내려앉는 진흙 같진 않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나야 온전히 사라진다.
그런 감정이 아직은 미약한 여진처럼 남아 있는 시점에
이전에 계획했던 대로 어제 금요일에
화단의 나무를 아내와 같이 자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가지, 아내는 가급적 화단의 나무를 다 정리하고 싶어 하고
난 그냥 적당히 두고 싶어 하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아내의 의견 쪽으로 대세가 기울어 얼마 전부터 정리하고 있었다.
나무를 뭐 엄청나게 사랑하고 그런 건 아닌데
일단 귀찮기도 하고 최근에 나름 식집사라고 식물을 조금 키우다 보니
자라고 있는 나무를 정리하는 게 선뜻 내키지 않은 점이 크기도 했다.
해서 나무를 정리하기 위해 자르고 톱질하는 그 순간의 마음이
평소에도 그렇게 편하진 않았다.
어제 금요일은 앞의 일련의 사건 등으로 더 불편하고 심란했다.
그래도 손은 인지부조화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듯이 열심히 톱질을 했다.
아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은 나무를 전지가위로 치고 있었다.
톱질하던 나무를 밑동까지 다 자르고 보니
아내가 자르던 나무를 두고 이미 잘린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잘린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지만
일단 자르기 시작한 나무를 다 자르는 게 최우선이라
자리를 옮겨 들고 있던 톱을 거의 낫처럼 휘두르며 자르기 시작했다.
애초에 아내가 전지가위로 가지를 치고 있던 나무는
튼튼한 나무라기보단 목질화가 된 상대적으로 연한 나무였다.
해서 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아 꺾으면서 톱을 정말 낫처럼 휘둘렀다.
그게 화근이었다.
마음이 상당히 심란한데 그래서 집중이 잘 안 됐는데
휘두르면 안 되는 톱을 휘둘렀으니
어! 하는 순간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손가락을 보게 됐다.
아... 아픈 건 둘째 문제고 짜증이 났다.
아내한테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면서 더 심란해졌다.
아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손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빨리 병원에 가자고 했다.
성격상 웬만하면 적당히 빨간 약 바르고 반창고 붙이고 말 텐데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톱에 썰려 파상풍도 걱정이 되고
떨어지는 피를 보니 조금 많이 찢어진 거 같았다.
하던 작업을 중지하고 병원을 찾아 아내가 차를 끌고 갔다.
의사가 보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꿰매야 한다고 해서 꿰맸다.
꿰매는 동안 딱히 보기 좋은 장면도 아니고 해서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다.
몸과 마음은 하나구나. 마음 정리를 잘하고 몸을 쓰자.
상처가 나을 때까지 수반되는 귀찮음은 벌이겠구나...
얼마 안 되지만 쓸데없이 깨지는 치료비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