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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없어??
안방에서 유튜브를 보던 초딩 딸이 거실로 뛰어나와 물었다. 당황스럽고 놀란 눈으로.
아, 드디어 진실을 밝힐 때가 온 것인가?
작년에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기에 나와 곁에 있던 아내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워낙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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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없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러다 이번에
진짜 산타 할아버지 안 오시겠다.
역시 공격엔 공격으로 맞대응하는 게 최선일까. 내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아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괜히 꾸중을 듣게 된 딸에게는 미안했지만 어쩌겠는가. 급한 불은 꺼야지.
그러나 이번엔 딸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산타 할아버지는 한 명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하룻밤만에 전 세계 어린이들한테 선물을 줄 수 있어?”
이놈의 ‘흔한 남매(유튜버)’가 대체 어디까지 말한 거야?
최소한 엄마, 아빠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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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러네. 그런데 너 작년에도 선물 받지 않았어? “
이번엔 내가 나섰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받았어.”
딸도 그 부분은 통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럼 산타 할아버지 있는 거 아냐?”
“그렇긴 한데…”
그리고 아내의 마지막 카운터.
“너 또 유튜브 보고 그러는 거지? 엄마가 그런 거 그만 좀 보라고 했어, 안 했어? 이제 숙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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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올해도 이렇게 넘어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매년 고민이다.
작년엔 함께 있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DJ가 산타가 없다고 하길래 황급히 채널을 돌린 적도 있고 말이다.
요즘엔 어린이들도 많은 매체를 접하고 있으니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 올해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에이, 거짓말이었네!
속았어!
그렇다고 해도 우연히 마치 사고처럼 진실이 탄로 나는 것은 싫었다.
그동안 갖고 있던 환상과 동심이 일순간에 시시한 거짓말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에 속은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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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아닐까?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가장 큰 선물 말이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사랑하는 자녀의 동심을 지켜준 ‘엄마와 아빠의 마음’도.
길게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매년 성탄절만 되면 아이 몰래 선물을 준비해서 포장하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그렇게 준비한 선물을 아이가 잠든 새벽, 머리맡에 조심스레 놓아두는 부모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 정성과 노력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실상 그것이 산타 할아버지의 마음과 다른 게 뭘까.
그래서
산타는 아빠야.
과연 이게 먹힐까?
역시,
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