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지 못한 글귀 위에 눈이 내렸어
눈이 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나는 그 검은 글씨 위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어
동이 트지 못한 새벽은 울음이 길었고
그날 그 밤은 낯선 곳에 떨어진 촉감이 아니었어
내가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부터 유유히 쫓아왔던 것이었지
똑똑
문을 두드리면 흰 바늘이 폭포처럼 내려와
쿵쿵
소리 너머로 바늘 같은 총구는 내 가슴을 겨누고
인간에게 물었어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어떤 것이지
내가 본 그 날 그 밤의 풍경은 답이 될 수 없었고
지하철에서부터 들려오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어
고개를 돌리면 모두가 같은 곳으로 앞장서서는
손가락 끝이 향하던 곳에서 시선은 하나가 되었어
불규칙한 박자 불협화음을 뚫고 가는 한 마디
세상은 나아갈 수 있는가
목도하지 못한 새벽을 건너 목격한 침묵
서로가 서로로 이어지던 마음의 결말
그 밤은 답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