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길거리

by 산연랑


나는 이슬이 되어 떨어지지 말아야지

개구리의 발에 달라붙어 호숫가를 뛰넘어야지

다 닳아버린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나를 향해 다가올 때

나는 시계를 들고 있어야지

지금이 몇 시인가 묻는다면 밤 열 시가 되었다고 해야지

통금이 아홉시라며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야지

변하지 않은 것 같아도 분명 무언가 달라졌다고 얘기해줘야지


주먹밥에 든 건 멸치였어 밥알은 사실 소금이었을까

자꾸만 눈에 뭐가 들어간 것만 같다 비비고 또 비벼야지

나는 이슬이 되어 떨어지지 말아야지

손톱달 끝에 줄 하나를 걸어 밤하늘을 뛰놀아야지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네 깃발을 들고

짙은 불꽃은 모습을 감추는 버릇이 없지

나는 손바닥에 그것을 심고 묻고 심고 묻고

재차 묻고나서야 깨달은 게 있어


나는 이슬이 되어 떨어지지 말아야 하는데

더 큰 불꽃으로 무지개를 만들면 되려나


서서히 타들어가는 마음

주먹밥

아이와 시계

깃발


그 모든 이슬이 되어 떨어지지 말아야지

새벽녘에 반딧불이를 불러 함께 노래를 불렀어

외롭지 않네

외롭지 않네


반딧불이는 밤이 되면 나를 찾아왔네

더 멀리 외쳐라

어둠 속에 빛이 피었네 어둠 속에 빛이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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