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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Feb 22. 2023

정성과 비법이 들어간 카레 보양식 만들기

황금레시피 까진 아니어도...


어렸을 때는 카레라는 음식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특유의 향이 나와 조금은 안맞았달까? 급식이나 집 밥상에서 카레가 나오면 거의 남기곤 했다. 게다가 내 이미지 속 카레는 대애~ 충 끓여서 오~랫동안 두고두고 먹는 일종의 비상식량? 같은 느낌이었어서 더더욱 먹기가 싫었다. 


그러나 20대가 되어 입맛이 변하고 음식을 다양하게 먹게 되면서 카레의 참맛! 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향이 강한 음식들을 선호하게 되어 한국식카레 일식카레 인도식 커리까지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먹기도 했다. 그치만 굳이 집에서 해먹을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카레를 집에서 내내 해먹게 되었다.


수호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엄청 심했다. 정말 아무것도 먹기가 싫고 길가에 간판만 봐도 구역질이 올라오곤 했다. 간~신히 과일만 몇톨씩 먹곤 했는데 그 와중에 희한하게도 가끔 땡기는 음식이 바로 카레였다. 정확히는 색이 진한 일본식 카레. 임신 때는 아비꼬나 코코이찌방야 같은 곳에서 카레를 사먹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내 입맛대로 집에서 해먹어보자 싶어서 이런저런 레시피를 참고하고 내 나름의 노하우도 담아서 입맛에 잘 맞고 주변 반응도 좋은 카레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유명한 레시피에서도 양파를 볶으라고 나와있던데 아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던 방법인 것 같다. 양파 캐러멜라이징 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잘게 썬 양파에 버터를 한큰술 정도 넣어 오랫동안 약물에서 들들 볶는다. 이 것이 베이스가 되면 식감도 좋고 묘한 단맛이 돌아 풍미가 확 살아난다. 조금 귀찮은 과정이지만 음식의 맛은 정성에서 나오니까 빠지지 않고 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양파 캐러멜라이징이라고 하면 아예 내용물이 잼처럼 꾸덕해질 때 까지 볶는 것을 의미하던데 나는 사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양파를 조금 남겨 그냥 건더기처럼 먹는 것도 선호하는 편이라 요 정도 수준까지만 볶아준다. 백종원씨가 방송에서도 양파를 캐러멜라이징 해두면 쓸 데가 많다고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러던데 사실 정말 그렇다.


양파를 볶아서 카라멜라이징 해두면 수프 베이스로 써도 맛있고 파스타에 넣어도 맛있고... ㅎㅎ. 그러나 나는 대량 생산할 자신까진 없으니 그냥 대충 그 때 그 때 볶아서 쓴다.




일식카레를 만들 때 고형카레는 이것을 쓴다. 골든커리 (매운맛). 내가 원하는 100% 그 맛은 아니지만 일반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냥 이걸 쓴다. 사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이제 다음 방법들은 간단하다. 물을 넣고 미지근한 육수에 고형카레를 풀어내어 베이스 카레를 만들고 거기에 원하는 야채나 고기 등의 재료를 넣으면 된다. 만약 야채를 넣고 싶으면 베이스 내기 전 먼저 볶는다. 나는 주로 소고기를 넣기 때문에 굳이 볶지 않고 카레 베이스가 만들어지면 그 베이스에 뭉근히 오래 익히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야채, 해물, 돼지고기, 소고기 등등 여러가지 재료들을 넣고 카레를 만들어봤었는데 결론적으로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던 것은 소고기만 넣고 끓이는 카레였다. 우리집 카레는 소고기만 심플하게 넣기. 거의 그렇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소고기는 등급이 좋은 한우를 썰어넣으면 맛있긴 한데, 저 날 우리집에는 불고기감만 있어서 그걸 넣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아주 뭉근하게 오래 끓이면 더 맛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늘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므로 중불에서 적당히 끓여 먹기도 한다.(ㅎㅎㅎ) 그러나 오래 끓이면 맛이 좋은 것은 확실한 사실!



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심플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사이드를 곁들이는 편이다. 계란 후라이는 거의 늘 곁들여주는 사이드고 튀김 돈가스 소시지 등도 자주 곁들여 먹는 재료다. 카레에 곁들이는 후라이는 살짝 반숙으로 하여 촉촉한 노른자와 카레를 같이 먹도록 만든다.



이 날은 냉동실에 사두었던 새우튀김을 튀겨 곁들였다. 이렇게 먹으면 그 어느 보양식 부럽지가 않고 먹고 나면 실제로 든든하고 보양되는 느낌도 받는다. 일본 운동선수들은 카레를 보양식으로 먹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데 확실히 그 이유를 알겠다.



아무리 일식 카레라고 해도 김치가 빠지면 섭하다. (사실 넘어가질 않는다ㅋㅋㅋ) 진짜 신기한게 짜파게티와 카레는 김치가 없으면 마치 완성이 안된 듯 한 느낌까지 든다. ㅋㅋㅋ


차림새는 심플하지만 공이 많이 들었다. 사실 모든 보양식들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만드는 그 공이 크기에 보양식이 되는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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