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에게만 왜 이런일이 일어날까

홀로 아들셋을 키우는 싱글맘의 우여곡절 파란만장 엄마 성장기

by CHOYI

그야말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시절 성황이었던 동대문에 공장을 운영하던 재단사 아버지와 미싱사 어머니 밑에 세 자매 장녀로 태어나 부족한 것 하나 없었다. 또래들처럼 공부하고 놀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미래의 꿈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대학은 어디갈지 고민하던 청춘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의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기 전까지.


여느날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나는 명동에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고 아르바이트 끝나고 엄마랑 삼겹살 먹자고 한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쉬는시간에 본 핸드폰에 부재중이 20통 넘게 와 있었고, 뛰어간 곳은 동대문이대목동병원이었다. 내가 18살, 둘째가 17살, 그리고 막내가 겨우 8살이었다.


우리 엄마는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제주도 남자와 부잣집 둘째딸인 전라도 여자가 만나, 결혼준비부터 서울에 집까지 모든 걸 준비하고 공장을 차리고 이만큼 자리잡게 된 건 대장부 같은 엄마 덕분이었다. 아빠도 엄마를 많이 의지했는데 갑자기 큰 산 같던 엄마가 무너졌다. 집안도 함께 무너졌다.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꼬박 한달을 있었고, 의식이 깨어난 후에는 언어장애와 오른쪽 마비가 왔다. 아빠는 엄마를 돌봐야 했고, 나는 가장이 되었고, 둘째는 막내동생에게 엄마가 되어야만 했다.


나의 18년의 일생에서 고통이란, 남자친구와 이별, 시험성적이 바닥을 쳤을 때와 같은 것들이었는데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벼락맞은것처럼 머리가 아팠다.

세상을 원망하고,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시련이 닥치나 온갖 신을 다 부르며 소리쳤다.

매일 학교갔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하루종일 엄마병원에서 병수발을 한 아빠를 교대해주러 병원으로 가서 잤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아빠를 교대해주고 비상구에서 HOT의 '빛'을 들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엄마가 쓰러진 사람중에는 젊은 편이었고, 하늘나라에 가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여기며 하루하루 버텨냈다. 엄마는 1년정도 병원생활을 하다가 통원치료를 하게 되었고 집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이모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되어 나라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영어를 좋아했던 나는 유학이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고, PD가 꿈이었던 나는 대학도 등록금 걱정에 가지말고 취업이나 하라는 친척들의 말을 들으며 꿈에 대한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스스로 종이접기하듯 꿈을 접었다. 보이지 않게 아주 꼭꼭. 행여 또 나오지 않게 아주 깊숙히.


나말고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이고 평범해 보였다.

이때부터였다.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속상하고 슬퍼도 울지 않아야 하며, 갖고싶다는 걸 투정 부리지 않아야 하고 하고싶은 것도 참아야 하는

장녀의 무게란, 나에게 많이 무겁고 버거웠다. 그래도 버텨야했다.

겨우 19살이었다.